비상계엄 사태로 '오월정신' 헌법수록 공감대 확산
"책임자 처벌 등 5·18 시행착오 되풀이 말아야" 목소리도
[2024결산] 연합뉴스 선정 10대 국내 뉴스 - 윤 대통령 '계엄 후폭풍'…탄핵심판 |
[※ 편집자 주 = 2024년 세밑 대한민국을 뒤흔든 12·3 비상계엄이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전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란죄 혐의로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연합뉴스는 한국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한 44년 전 5·18 민주화운동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한 기사 2건을 송고합니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자, 1979년 10·26 이후 45년 만인 12·3 비상계엄은 어렵게 성취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충격을 안겼다.
1980년 5·18과 그로부터 44년 만에 또다시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12·3 사태'를 계기로 민주주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됐다.
특히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5·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일부 여권 등에서 내란죄 성립에 이견이 있지만, 5·18 단체와 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12·3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 교육 확대와 기록 보존 등 역사 정립으로 5·18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동력 마련
번번이 논의에만 그쳤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12·3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987년 개정한 현행 헌법은 도입부에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하고…'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정통성과 방향을 담고 있다.
5·18 기념식에서 '헌법전문 수록' 요구하는 광주시의원들 |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시민과 학생이 생명을 바쳐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와 광주항쟁의 업적을 헌법적 가치로 지키는 여정이지만, 그간 정치권은 당리당략 등에 매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5·18단체 대표자와 강기정 광주시장 등을 면담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광주의 오월정신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밑거름이 돼 6월항쟁과 촛불혁명, 이번 빛의혁명으로 계승됐다"며 "국회에서 5·18 헌법 수록을 해내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시는 2026년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광주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최근 개헌 추진 간담회를 공동 개최하는 등 여느 때보다 강한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은 23일 "12·3 사태는 5·18 정신을 헌법 정신에 담아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욱 굳건히 해야 할 당위성을 입증했다"며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미래 세대에 전수하기 위해 헌법 개정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 1980년 미완의 단죄…"되풀이하지 말아야"
미완에 그친 책임자 처벌은 5·18이 풀지 못한 숙원 가운데 하나이다.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는 역사 왜곡 세력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당사자와 유가족 등이 44년간 제대로 사죄를 못 받은 배경에는 '섣부른 화해 시도'가 자리한다고 분석한다.
송선태 전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광주와 피해자들은 1980년의 참극과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애쓰고 있다"며 "5·18 책임자들을 일시적으로 수감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사면함으로써 5·18의 왜곡과 폄훼도 전문적이고 제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12·12 및 5·18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 |
송 전 위원장은 "정치적인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사면의 취지 자체는 좋았으나 국헌을 문란하게 했던 사람들이 사실인정을 토대로 국민 앞에 했던 사과는 한 차례도 없었다"며 "전두환을 지금까지도 추앙·미화하고 기리는 행위들만 보더라도 단죄가 미흡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2·3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국가적 사회적 분열로 인해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며 "그래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軍 등 공권력에 5·18 교육 목소리도
12월 3일 밤 국회에 진입했던 계엄군은 1980년 5월 시민과 학생을 학살했던 군대와 달리, 보기에 따라 느슨했다.
비극적인 유혈 사태 없이 끝난 이번 비상계엄은 5·18의 교훈이라는 평가와 함께 공권력의 최전선에도 5·18 가치를 전하는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유경남 5·18기념재단 기록진실부 팀장은 "공무원, 특히 군인을 대상으로 한 5·18 교육은 올해 해산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종합보고 권고사항에도 담겨있다"며 "이번 계엄 상황을 통해 반추할 수 있는 군 대상 5·18 교육 의무화가 공적으로 다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 투입 경위 밝히는 707특수임무단장 |
유 팀장은 "5·18이 커다란 의제로는 널리 알려졌지만, 실질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사람들에게 역사적 책임이 있는지 등 구체적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군이 또다시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자신들의 과오가 어떠한 참극을 빚었는지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흥미롭게도 12·3 주동 세력으로 지목된 군 지휘관들은 이러한 사회적 노력이 부족했던 시절 군에 발을 들였던 사람들"이라며 "향후 개헌 논의나 계엄법 수정 과정에서 군 양성기관에 5·18 교육을 필수과정으로 넣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5·18 교훈…"자료 보존은 진실규명의 초석"
기록의 소실과 조작 탓에 발포 책임자 규명, 행방불명자 소재 확인 등 5·18 진상규명은 지금까지도 과제로 남았다.
비상계엄 관련 문건의 보존은 연루된 범죄자들의 처벌과 진실규명의 초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호균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은 "비상계엄 사태 수사를 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가기록원에 12·3 관련 자료의 폐기 금지 조처를 요청한 것도 어떻게 보면 5·18이 남긴 교훈"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은 "쿠데타에 성공해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가 관련 기록을 왜곡하고 소실시키면서 5·18 진상규명 시도는 매번 한계를 맞닥뜨렸다"며 "일선의 모든 공직자와 군인은 비상계엄 자료 폐기 명령에 따르는 행위도 민주주의에 죄를 짓는 일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관련 자료는 시민과 연구자들도 제한 없이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모든 자료가 민주주의 교육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