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뒤에 숨은 기회, 맹점을 이해하면 '건강한 논의' 가능해질 것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올해 국내 교육계는 AI 도입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습니다. "AI가 레거시 교육을 혁신할 것"이란 측, "위험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측의 팽팽한 줄다리기였죠. 사실 이 문제의 정답은 아직 누구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AI 석학들도 AI가 장차 인간의 정복할지, 충실한 비서로 남을지를 두고 다투는 마당인걸요. 대신 그만큼 확실하게 드러난 건, 어느 쪽이든 우린 아직 AI와 동행하는 삶에 대한 데이터와 이해 모두가 부족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 가운데 AI 교육 전문가들은 일각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되, 그들이 그만큼 AI 교육의 긍정적인 면도 이해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 교육에 담긴 명암(明暗)을 균형있게 인지함으로써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희망하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이번 이야기는 앞서 'AI 기술이 어떻게 교육의 신뢰성을 확보하는지' 소개했던 엘리스그룹의 김수인 CRO(최고연구책임자)가 'AI는 어떻게 레거시 교육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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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C 혁신의 한계와 에듀테크의 발달
안녕하세요, 김수인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MOOC(무크)를 아시나요? '대규모 공개형 온라인 강의(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약자로, 글로벌 대학 강의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2010년대 중반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당시 실제 교육의 효과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일한 강의를 각자의 학습 수준, 이해도, 수요가 다른 몇백만명이 각자의 역량대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말로 '맞춤형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지요. 제가 MOOC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 이유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발전한 '에듀테크(Edu-Tech, 교육+기술)'의 목적, 현재 이와 연결된 AI+교육의 가치를 더 명확히 소개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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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는 애초에 교육자가 직접 반복해야 했던 교육 프로세스의 비효율성을 줄이면서, MOOC처럼 일방향적인 컴퓨터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도입 이전에도 각종 디지털 기술이 교육에 접목됐는데요. 덕분에 더 다양한 형태로 학생과 교사의 소통이 이뤄지고, 강의도 더 효율적으로 수강할 수 있도록 개발된 수많은 에듀테크 서비스들이 그 가치를 증명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초기 에듀테크는 주로 시공간 확장성(scalability)에 집중했을 뿐, 학생과 양방향 소통으로 수업에 더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거나, 다양한 질문에 즉각 답을 주기 어렵다는 한계는 여전했습니다. 현재 에듀테크를 비롯한 교육 혁신 측면에서 AI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AI가 바로 이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자, 풍부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방향 소통 학습 시대... '찰떡 AI' 필요성 높아져
더 구체적으로, AI 활용 교육의 강점은 학생이 AI와 언제든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됩니다. 이때 AI는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수준에 맞는 답변과 학습법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분석 후 제공할 수 있고요. 학생은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는 재미를 차근차근 익혀 나갈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습에 능동성이 가미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이 자연스레 유도된다는 점이 기존 에듀테크보다 앞선 AI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AI를 LXP(학습경험플랫폼)에 탑재하며 발견했던 사실은 학생들이 '질문을 정말 못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경우 초기 질문이 "어떻게 해요?", "몰라요", "답을 알려줘요" 같은 추상적인 형태로 시작되곤 했습니다.
이 사이 사람들은 AI가 조금이나마 더 똑똑한 답을 내놓도록 하기 위해 'AI에게 잘 질문하는 법(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런 역량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육은 조금 다른데요. 학습자가 모른다는 전제 아래 어떤 날것의 질문에도 잘 대답하도록, 소위 '찰떡같이 알아듣고 답하는 AI'를 만드는 일에 저희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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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역시, 찰떡같은 AI 개발 및 액티브 러닝 효과 극대화를 위해 무엇보다 상세한 학습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큰 노력을 기울였는데요. 예나 지금이나 AI는 기술 발전의 속도, 수준과 별개로 양질의 AI 학습 데이터 확보 여부가 AI 생성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일반적인 학습 데이터 외에도 ▲학생이 어떻게 학습을 시작했는가 ▲어떤 코드를 언제 타이핑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가 ▲학생의 질문에 튜터는 어떻게 대답했는가 등, 사소하지만 교육 효과 개선에 효과적인 데이터를 차별적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덕분에 기존처럼 학생에게 어떤 피드백을, 언제, 어떻게, 왜 줄 것인가 등의 질문도 더 이상 정해진 스크립트가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 데이터에 기반한 AI 모델로 제공할 수 있게 됐죠.
또한 이런 접근법은 AI가 학생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왔는가, 지금까지의 결과는 어땠는가 같은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더 고도화된 맞춤형 학습 환경 제공을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더 많은 찰떡이 학습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었음도 당연합니다.
기존 교육 시스템, 현실의 맹점… AI로 해결된다
자, 이제 그러면 이런 AI의 발전이 기존 교육을 어떻게 보완하고 혁신하는지 더 구체적인 형태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실 앞서 설명한 일반적인 학습의 효과나 신뢰성을 두고선 여전히 관점에 따른 갑론을박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음의 사례들처럼, 지금도 AI가 확실하고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존 교육의 맹점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1) 24시간 장애인 보조교사
우선 장애인의 학습 접근성 개선입니다. 특히 시각 및 인지장애인의 학습 개선은 그간 엘리스의 주요 미션 중 하나였습니다. 청각장애의 경우 자막 제공을 통한 학습 접근성 개선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반면, 애초에 보는 것과 이해 자체가 어려운 장애라면 '설명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는데요. 그 수단은 AI의 비전(Vision, 시각)과 음성(Voice)의 결합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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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로써 AI가 임의의 화면 속 상태와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다면? 현재 동영상의 특정 장면을 AI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상호작용이 자연스러운 음성, 혹은 또다른 형태로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 많은 장애인이 지금보다 훨씬 쉽게 양질의 교육자료를 접하고 이해하는 측면에서 비장애인과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AI의 액션은 최근 AI 에이전트(Agent, 대행자·도우미)라는 형태로 실체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발 더 나아간 예로, 시각장애인들은 앞으로 과학 시뮬레이션 학습을 진행할 때, 지금은 마우스나 키보드로 수치를 입력해야하지만 이젠 음성만으로 데이터 입력은 물론, 결과물과 상호작용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AI가 24시간 장애인들의 눈과 입, 보조교사가 되는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말이죠.
(2) 원어민 수준의 AI와 외국어 프리토킹
영어 교육은 어떨까요? 기존 교육환경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무한한 예제 생성, 원어민과 대화에 준하는 회화연습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영어를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서 배웁니다. 따라서 보통 일반적 상황에 대한 회화 스킬은 익혀도, 돌발상황 대응에는 약한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계산이 잘못됐다면? 길을 가다 곤란한 상황을 겪는다면? 영어가 모국어일 경우는 일상에서 충분히 체득 가능합니다. 외국어라면 평소에 상황을 가정한 사전훈련이 필요하겠죠.
이때 생성형 AI가 빛을 발합니다. 챗GPT만 봐도 알 수 있듯, AI는 주어진 상황 및 데이터에 따라 자연스러운 대화 문장을 무한히 생성할 수 있으며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다가 요즘 음성합성 기술의 정교함은 사람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데이터가 풍부한 영어는 특히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사실상 원어민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일상, 또는 내가 상상하는 모든 상황에 관한 회화가 가능합니다.
이는 나아가 영어교육의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수도권에 비해 일부 지방은 상대적으로 원어민 영어강사를 구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강사들의 특정지역 거주 선호를 말릴 순 없지만, AI는 애초에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역시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3) 문해력 분석, 맞춤형 교육 데이터 제공
이밖에 외국어뿐 아니라, 모국어 교육도 중요합니다.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해석하기, 읽기, 발화하기가 느린 아이들이 많습니다. 이를 공식적으로 평가하려면 전문가가 학생과 1:1로 30분에서 1시간 이상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모든 아이에게 적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죠. 이 문제를 보완하고자 엘리스가 국어과에서 만든 솔루션 중 '유창성 평가'가 있습니다. 전문가 수준의 신뢰도는 아닐지라도, 이를 통해 AI가 각 학생의 성숙도 지표를 교사에게 손쉽게 전달할 수 있다면 보다 신속한 대응으로 아이가 추후 겪을 문제를 막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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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향한 막연한 오해…'러다이트'로 이어질 뿐
끝으로 드리는 말씀은, 당부와 이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AI와 교육의 융합의 적정선은 앞으로도 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AI가 무조건 옳고 긍정적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재만 해도 아무 변수도 없는 종이보다 AI가 안전하긴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부 리스크는 받아들이되 앞서 설명한 모든 새로운 경험들을 더 안전하게 이 사회로 가져오는 방향의 논의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사실 우리 중 누구라도 언제나 정확하고, 안전하며, 윤리적인 발언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AI와 교육에 대한 논의도 AI의 원리와 한계는 무엇인지, AI 에이전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우리가 매일 접속하는 웹사이트의 추천 알고리즘, 그리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온갖 센서에 기반한 처리, 카메라 보정은 이미 AI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알게 모르게, 우리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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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그 또한 한때 두려움과 우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실익을 누리되, 드러나는 문제는 적절히 수정해 나가는 사회적 합의와 기술 개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는 결국 AI에 대한 두려움은 초기의 설명불가능성, 추후 AI가 갖게 될지 모르는 자기복제성 등에 기인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교육을 비롯해 어떤 문제든 AI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새로운 기술을 배척하는 건 결국 AI판 러다이트(Luddite movement, 산업혁명 초기 노동자들의 기계 저항 운동)로 이어질지 모릅니다. 그보단 이제 AI와 교육 융합에 대해서도 올바른 이해와 접근법부터 갖는 AI 리터러시(literacy, 올바른 디지털 이해 및 활용 문법) 교육이 필요한 시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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