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하이·오사카 등
年9000억대 운수권·슬롯
내년 상반기 운영사 결정
中LCC에 넘어갈 가능성도
“정부, 노선 지킬 노력해야”
年9000억대 운수권·슬롯
내년 상반기 운영사 결정
中LCC에 넘어갈 가능성도
“정부, 노선 지킬 노력해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독과점을 막기 위해 서울~상하이·오사카·자카르타를 포함한 34개 ‘황금 노선’의 항공편 공급 물량(운수권·슬롯)을 재배분한다. 재배분 물량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는 업계 추산으로 약 9000억원대에 달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급성장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이 완료되면서 재배분이 예정된 34개 노선의 운수권·슬롯에 대한 LCC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운수권은 특정 국가와 지역에 항공편을 운항할 수 있는 권리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해당 노선에 항공기 몇 편 혹은 좌석 몇 석을 띄울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슬롯은 특정 시간대에 활주로를 비롯한 공항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운수권은 항공 자유화 지역인 일본처럼 필요 없는 국가도 있다. 반면 슬롯은 없으면 공항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운항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처럼 항공편 수요가 많은 공항은 운수권이 있어도 슬롯을 확보하지 못해 운항을 못 하는 항공사가 많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인수를 완료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시정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2019년 1~12월 탑승객 수 기준으로 양사 계열 5개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점유율이 50% 이상일 경우 경쟁 제한 노선(운수권·슬롯 재배분이 필요한 노선)으로 선정했다.
대체 항공사의 노선 진입 신청이 있으면 대한항공은 운수권·슬롯을 국토교통부에 반납하고, 국토부가 이를 재배분한다. 구체적으로 국토부가 어떤 식으로 대체 항공사를 선정해 배분할지는 미정이며, 내년 상반기 발표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침이 나오지 않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국토부가 어떤 기준으로 대체 항공사를 선정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운수권·슬롯 재배분으로 국내 LCC 판도는 크게 변할 전망이다. 먼저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는 노선 반납으로 당초 예상보다 상당 부분 축소가 불가피하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을 비롯한 다른 항공사들이 재배분되는 물량을 얼마나 따내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업계에선 서울~상하이 노선 약 160억원, 서울~오사카 노선 약 590억원 등 34개 재배분 노선을 합치면 9000억원대 매출이 다른 항공사로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관광 수요가 많은 상하이·장자제와 같은 중국 노선은 핵심이다. 오사카·삿포로가 포함된 일본 노선은 매출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공급 포화 상태여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반면 중국은 운수권 확보가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은 대신 수익성이 커 이번 기회에 LCC들이 진입하려는 수요가 많다. 상용 수요가 많지만 역시 운수권 확보 문제로 진입이 막혀 있었던 자카르타 노선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가장 관심이 높은 중국 노선은 국내 LCC가 아닌 중국 항공사에 노선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중국 당국이 합병 승인을 발표할 당시 ‘경쟁 제한 노선의 슬롯은 중국 항공 당국의 슬롯 코디네이터에게 반납 후 재배분한다’는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LCC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슬롯을 받는 게 까다롭고 수익성이 커 가장 관심이 높은 노선”이라며 “중국 항공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반납하는 슬롯은 중국의 일방적인 배분이 아닌 양국 간 협의를 거쳐 배분될 예정”이라며 “양국 공항 슬롯을 모두 확보해야 취항이 가능한 항공업 구조상 불평등하게 배분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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