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배상률 선임연구위원. ⓒ초록우산 |
디지털 환경은 아동·청소년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건강한 성장을 위협하는 다층적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아동·청소년은 사이버불링,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도박, 불법약물 거래 등 심각한 유해환경에 노출되고 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모호한 이중적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례로 필자가 참여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 「디지털 유해환경과 청소년 위험행동 실태 연구」에서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6개월 동안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온라인에서 성적 농담이나 음담패설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절반 가까이는 이러한 대화를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 즉 타인의 얼굴을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2%로 나타났다. 사이버불링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14.5%에 달했으며,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온라인 도박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아동·청소년이 유해한 환경과 관련한 가해와 피해에 모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동·청소년에게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미디어 속 환경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진행한 다른 연구에서 청소년이 가장 많이 시간을 소비하는 영상 플랫폼에서 폭력적, 선정적 콘텐츠에 쉽게 노출된다는 응답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게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은 해당 플랫폼에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 당사자들도 유해 콘텐츠가 범람하는 온라인 환경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필자가 연구를 진행하며 인터뷰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온라인 안전이 위협받고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을 경험하거나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유해한 콘텐츠가 제재 없이 무방비 노출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온라인 환경에서 청소년 보호를 위한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문제를 악화시키는 핵심 요인은 스마트폰 과의존과 온라인 보호망의 부재, 그리고 미디어·플랫폼 기업의 온라인 안전과 아동 권리 보호 책임 소홀 등으로 꼽을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방적 조치와 사후적 대응을 병행하는 투 트랙(two-track)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플랫폼 기업과 미디어 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이윤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삼기 때문에 자율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동 보호를 위한 촘촘한 제도적 안전망 구축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가 기술 발전과 경제적 이익만을 강조하면서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를 간과할 경우, 미래의 주역인 아동이 심각한 위협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디어 소비자인 아동과 보호자를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교육을 통해 디지털 시민성을 함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과 관련해 단순한 기술적 숙련을 높이는 것을 넘어 윤리적 판단, 비판적 사고, 책임 있는 온라인 행동까지 할 수 있는 다차원적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온라인 환경은 아동·청소년 보호에 취약하고, 이는 다양한 유해 콘텐츠 노출 등 현실적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 규제와 함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동시에 아동 당사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온라인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디지털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된 현재의 아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세이프티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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