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종합] 한전, 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탄핵 정국에 '숨고르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7분기째 동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전은 천문학적인 부채와 적자를 떠안고 있어 요금 현실화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며 인상 동력이 약화해 결국 내년 첫 분기에도 현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게 됐다. 현실화 지연으로 인해 한전의 재정난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연료비 조정단가 '동결'…11분기째 ㎾h당 5원 유지

한전은 23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행과 같은 키로와트시(㎾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h당 5원 기조는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11분기 연속으로 적용되고 있다.

연료비 조정요금은 석탄·천연가스·유류 등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요금에 주기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요금이다. 해당 분기의 연료비 변동분을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비교해 결정한다.

뉴스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기요금은 연료비 조정요금을 비롯해 '기본 요금'과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 요금' 등 총 네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요금이 현 수준을 유지하고 남은 3개 요금들도 따로 조정되지 않을 시 전기요금이 동결된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 변경안을 작성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하면 산업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한전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앞서 이번 4분기에 정부는 직전 3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적용하라며 동결하도록 했다.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에 대해 정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통보한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지시했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제외한 남은 세 가지 요금은 향후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최근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올해 4분기에는 전체 고객의 약 1.7%에 해당하는 산업용 고객에 한해서만 평균 9.7% 인상했다.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 을'은 10.2%,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 갑'은 5.2% 각각 올랐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3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7분기 연속으로 동결 중이다.

◆ 재정난 악화 우려…요금 동결·고환율 등 악재 겹쳐

문제는 요금 동결이 이어질수록 이미 천문학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전의 경영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이란 사실이다. 한전은 장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22년 러-우 전쟁을 시작으로 이런 문제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약 203조원, 누적 적자는 약 48조원에 달한다. 한전은 이런 천문학적 규모의 빚을 갚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약 2조원대의 이자를 지불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이자 비용으로만 4조5000억원을 지출했다.

뉴스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채와 적자를 털어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3분기 1조9966억원을 달성한 이후 ▲1조8843억원(지난해 4분기) ▲1조2993억원(올해 1분기) ▲1조2503억원(올해 2분기) 등 매 분기마다 점차 영업폭이 축소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올 3분기에는 3조396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하며 기존 1조원대와 비교해 흑자 폭을 크게 높였지만, 계엄 사태가 발생한 이후 환율이 요동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전은 환율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돼 왔으나 계엄 사태 이후 급격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탄핵 등 극단적으로 치닫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화 가치를 절하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한 이후 이날 기준으로 144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고환율 등의 악재가 겹친 상황 속에서 요금 인상마저 기대할 수 없게 되면서 막대한 재무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겨울철은 에너지 수요가 높은 만큼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요금 정상화 방안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탄핵 정국으로 인해 요금 인상 논의가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10월 전기요금에 대해 "전반적으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해나가야 하는 과정 중에 있다"며 "향후 계속 정상화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rang@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