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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알아도 방법 없어”…빌라 낙찰가율·낙찰율 상승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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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율 1월 15%에서 10월 25%로
낙찰가율도 78→85% 상승
전세사기·깡통전세에
‘경매 셀프낙찰’ 급증


매일경제

‘전세 사기’ 이슈로 침체를 겪었던 서울 빌라가 경매시장에서 낙찰율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 한 빌라촌 전경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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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이슈로 침체를 겪었던 서울 빌라가 경매시장에서 낙찰율과 낙찰가율이 동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빌라 경매가 회복세로 전환됐다기 보다는 전세사기와 깡통 전세(매매가격보다 전셋값이 더 비싼 주택) 등의 이유로 경매에 나온 전셋집을 세입자가 스스로 낙찰받는 이른바 ‘셀프 경매’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매 유찰이 계속되며 집이 팔리지 않자 이미 보증금을 잃은 상황에서 추가 손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낙찰받은 임차인이 많았다는 것이다.

23일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서울 빌라의 낙찰율(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25.4%로, 이는 지난 9월 23.5%에서 1.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올해 서울 빌라 낙찰율은 상반기에는 10%대에 머물렀지만 5월 27.8%로 20%대를 넘은 뒤 6~7월엔 30%대까지 올라갔다. 이후 지난 8월 27.3%, 9월 23.5%로 내렸다가 10월 다시 상승 전환했다.

서울 빌라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8월 78.3%에서 9월 81.9%로 상승한 데 이어 10월에도 84.5%로 올랐다. 올해 1~2월 70%대였다가 3~10월에는 8월을 제외하고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빌라의 경매 낙찰율·낙찰가율 동반 상승은 최근 주택도시보증공(HUG)가 ‘든든전세주택’으로 활용하기 위해 경매에서 직접 낙찰을 받는 셀프 낙찰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든든전세주택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고 해당 주택을 경매로 넘겨 직접 낙찰받아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HUG는 올해 말까지 든든전세주택을 3500가구 매입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한 경매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지만 최근 서울 빌라 경매 사례들 가운데 HUG에서 직접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는 건수가 상당하다”며 “HUG가 든든전세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수도권에서 경매에 나온 전셋집을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은 ‘셀프 낙찰’은 총 878건(지지옥션)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기록된 최대치다. 올해 건수 또한 지난해(427건)의 2배에 달한다.

셀프 낙찰은 대규모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1년 223건에서 2022년 271건 등으로 4년 연속 가파르게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8월 8일 내놓은 비아파트 규제 완화 방안도 서울 빌라 경매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집주인이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세입자가 보증금 일부라도 회수하기 위해 경매로 넘긴 빌라를 직접 낙찰받는 사례도 많다는 게 경매 업계의 전언이다.

셀프 경매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서 올해 509건의 셀프 낙찰이 이뤄져 2012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는 수도권 전체 건수의 60%를 차지했다. 경기는 276건, 인천은 93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낙찰가격을 보면 이달 1~18일 수도권에서는 평균 감정가(2억6768만원)의 79%수준인 2억1060만원에 낙찰가가 형성됐다. 같은 기간 서울의 평균 낙찰가는 2억726만원으로 감정가(2억5786만원)의 80% 수준에 그쳤다. 경기는 2억9267만원에 나온 물건이 76% 수준인 2억2340만원에 평균적으로 낙찰됐고, 인천에서는 감정가 2억2400만원의 79%인 1억7635만원 에 낙찰가가 형성됐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셀프 낙찰 증가와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된 주택들의 증가는 그만큼 깡통전세나 주인이 전세금을 떼먹은 전세사기 등으로 경매에 넘어간 주택이 많았다는 것을 방증한다”면서 “임차인이 은행 근저당보다 선순위권자로 설정돼 있으면 응찰자가 쉽게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어 “낙찰받은 사람이 낙찰 금액 외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변제해줘야 한다는 점에서 낙찰을 꺼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찰이 반복되면 경매 과정 자체가 오래 지연된다. 통상 매각 물건 가격을 계속 낮춰도 응찰자가 나서지 않으면 법원이 경매 신청을 기각할 수 있는데, 이후 해당 물건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런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자 전셋집을 낙찰받는 셀프 경매를 택할 수 밖에 없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본 곳에서 나가고 싶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차라리 낙찰받아 싼값에 판다든지 본인이 계속 산다든지 하는 것”이라며 “아파트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빌라 전셋값도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문제도 계속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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