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이 12대 수출 주력 업종 150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2025년 수출 전망 조사’를 보면 내년 수출은 올해 대비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수출은 8.3%(1~11월 기준) 증가했지만, 내년엔 수출 증가율이 1%대로 주저 앉는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이 국내 주요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도 암울하다. 내년 1월 제조업 수출 전망지수가 76에 그치며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025년 1분기(1~3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도 4개 분기 만에 기준치(100)아래인 96.1로 떨어졌다.
내년 수출 전망이 암울한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139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담당했다. 그런데 내년은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의 구형 반도체 시장 잠식이 커지고 미국의 대중 제재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길이 막히는 등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반도체 뿐 만 아니라 산업 전반이 밝은 데가 없다. 철강 수출은 3~5% 감소하고 자동차 수출은 0~2% 성장에 그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어두운 터널로 진입한 형국이다.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로 버텨왔다. 올해 3분기까지 경제성장률 2.33% 중 2.3%가 수출 몫이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8.6%에 이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출이 내년에 1%대의 증가율에 그치는 비상한 상황을 맞게 된다. 수출 둔화가 장기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와 고용 불안정, 경기 침체 등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내수 부진까지 더해 저성장 국면을 가속화한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수출 경착륙을 차단할 안전판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여야정협의체를 어떻게 구성할지 정치적 셈 뿐이니 답답하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의 숙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와 미국 중국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바꾸는 게 과제다. 시장다변화와 경쟁력 있는 수출 품목 개발이 시급하다.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기술 혁신을 뒷받침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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