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카 트럼프가 지난 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2025 FIFA 월드컵 조 추첨을 지켜보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43)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방카가 백악관에 입성만 안했을 뿐, 트럼프 당선인의 비공식적인 고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활동했던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43)가 2기 행정부에서는 어떤 직책도 맡지 않을 것이라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생활을 보호하며 가정생활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이방카는 2년 전 SNS를 통해 “아버지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면서도 “우리는 어린아이들과 가족이 되어가는 생활을 우선시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가 무대 위에 서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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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이방카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방카의 이같은 발언은 2024년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에도 여전히 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방카와 쿠슈너 부부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비교적 사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으며 지난 4년 동안 거의 대중의 주목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겉으로 밝힌 이유 “가정 충실 위해”…외신은 “이해충돌 문제 때문”
그러나 이들 부부가 백악관에 입성하지 않는 진짜 이유는 이해 충돌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쿠슈너는 지난 2021년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투자펀드인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패션브랜드 사업을 하던 이방카가 백악관에서 선임보좌관이 되자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져서 해당 사업을 접었는데, 이들 부부가 2기 행정부에서 직책을 맡게 되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가 그의 아들 디오도르와 함께 2025 FIFA클럽 조 추첨식에 참여하고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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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니티 파트너스는 이미 미 상원의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어피니티 파트너스가 외국 고객들로부터 받는 투자 수수료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론 와이든 민주당 소속 상원 재무위원은 지난 9월 이 회사에 공식서한을 보내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투자한 동기가 상업적 고려가 아니라 외국 정부의 돈을 트럼프의 가족, 즉 ‘재러드 쿠슈너와 이방카 트럼프에게 줄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와이든 위원장은 외국 정부들이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통해 트럼프 가족에게 상당한 레버리지를 갖게 될 수 있으며, 심각한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이방카 트럼프(가운데). 트럼프 1기 당시 이방카는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활동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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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정치 활동은 이방카에게 금전적 손실을 가져다 줄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이방카는 자신의 패션 브랜드 사업을 영위하던 미 의류제조 업체 G-III와의 계약으로 2013~2018년 1600만달러(약 224억원)를 벌었고, 2009~2016년 다른 사업 활동으로 1100만달러(약 15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정치 활동을 시작하면서 현금 흐름이 막혔다.
다만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방카가 여전히 그의 아버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비공식적 고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방카의 오랜 친구이자 그와 함께 백악관에서 일했던 매기 코디쉬는 “이방카는 여전히 트럼프의 딸이며 신뢰받고 있다”며 “(그는) 비공식적인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돈·예비 며느리도 요직…더 노골화된 트럼프 ‘족벌정치’
지난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딸 티파니 트럼프의 시아버지인 마사드 불로스가 미시간주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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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의 족벌정치 행보는 점점 더 노골화되고 있다. 주(駐)프랑스 미국 대사에 이어 아랍·중동 문제 담당 고문도 자신의 사돈을 임명했다.
주프랑스 대사로 지명된 이방카의 시아버지 찰스 쿠슈너는 거물 부동산업자로 트럼프의 오랜 후원자다. 그는 2005년 탈세와 불법 선거자금 후원, 위증 교사 등 18개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고 2년을 복역했다.
지난 1일 트럼프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레바논계 미국인인 마사드 불로스를 아랍 및 중동 문제에 대한 선임 고문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딸 티파니 트럼프의 시아버지인 불로스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가 있는 레바논 정부 쪽과 미심쩍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지난 7월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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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며느리와 예비 며느리까지 정부 요직을 꿰차게 됐다. 맏아들 돈 주니어의 약혼녀 킴벌리 길포일은 주그리스 대사로 지명됐다. 검사 출신인 그는 폭스뉴스 진행자로 더 유명하다. 최근 돈 주니어와 길포일의 결별설이 나오면서 트럼프가 대사직을 맡겨 출국시키는 것이라는 뒷말도 나온다.
이방카의 빈자리는 트럼프의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가 채우는 모양새다. 2014년 트럼프의 둘째 아들 에릭과 결혼한 그는 텔레비전 프로듀서 출신이다.
라라 트럼프는 21일 유력하게 거론되던 연방 상원의원직 도전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라라 트럼프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매우 많은 사람의 격려를 받았고, 엄청난 숙고를 거친 끝에” 상원의원직에 대한 뜻을 접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내년 1월에 (여러분들과) 기쁘게 공유할 큰 발표를 할 예정이니 주목해달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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