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집단해고를 앞뒀던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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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미군기지 식당 운영업체 변경 과정에서 특정 노동자만 고용승계가 되지 않도록 한 지배인이 ‘블랙리스트 작성·운용’을 금지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은 23일 군산 미군기지 식당 노동자 이수영씨(57)가 갑진개발 소속 지배인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 사건에서 김씨가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근로기준법 40조(취업방해 금지)는 누구든지 노동자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씨는 2021년 6월 군산 미군기지 용역업체 엘도라도에 입사해 사병식당에서 서빙과 캐셔(계산) 업무를 했다. 주한미군 계약청은 지난해 2월 사병식당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했는데 엘도라도 측은 지난해 7월 입찰 탈락 통보를 받았다. 이후 회사는 이씨에게 근로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알렸다.
엘도라도 대신 차기 사업자로 선정된 갑진개발은 지난해 8월22일 주한미군 계약청과 사병식당 위탁운영계약을 체결했다. 갑진개발은 기존 노동자 중 이씨 등 5명을 제외하고 43명의 고용을 승계했고, 6명은 추가 채용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한 이씨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고용승계 기대권을 인정받아 복직했다.
중노위 재심 과정 중 엘도라도에서 갑진개발로 고용승계된 지배인 김씨가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 확인됐다. 김씨는 ‘사실관계 확인 문답서’에서 “저 역시 이씨가 재고용되면 그만두려고 했다” “강력히 재고용은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등의 진술을 했다. 갑진개발 대표에게 이씨를 고용승계 명단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이에 이씨는 지난 2월 김씨가 근로기준법 40조를 위반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하지만 군산지청은 블랙리스트 작성·운용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이씨는 지난 7월 다시 진정을 제기했고, 군산지청은 기존 결론을 뒤집고 재진정을 받아들였다. 이씨는 “이번 판단이 지배인 갑질이 멈춰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를 대리한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현장소장 눈 밖에 나면 고용승계 명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른바 간접고용 블랙리스트”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신고 사건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5.2%에 그쳤다. 정황은 명확하지만 통신기록 등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근로감독관의 적극적 수사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 미군기지 식당 용역 노동자, ‘고용승계 기대권’ 인정받았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0119090001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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