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백./pixab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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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다가 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티백에서 미세 또는 나노 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자치대(UAB) 연구진은 티백 여러 종류에서 유래한 미세 나노플리스틱(microplastic) 또는 나노 플라스틱(nanoplastic)을 분석한 결과를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공개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5㎜ 이하를 말하며, 나노 플라스틱은 주로 ㎚(나노미터, 10억분의 1m) 단위이다.
티백의 재질은 주로 종이인데, 폴리아미드(나일론)나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락틴산(PLA) 등과 같은 플라스틱이 사용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나일론과 폴리프로필렌, 셀룰로스 고분자로 만든 티백으로 차를 끓일 때 나오는 플라스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차를 우리는 과정에서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티백은 물 mL(밀리리터)당 입자 약 12억개를 방출했으며, 입자의 평균 크기는 136.7㎚였다. 차의 물 용량이 100mL 이상이라는 점에서 차 한잔에서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1200억개 이상 나온다는 말이다.
알바 가르시아 UAB 연구원은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오염 물질을 특성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셀룰로스 티백은 mL당 입자 약 1억 3500만개를 방출했다. 평균 크기는 244㎚였다.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티백 역시 mL당 입자 818만개를 방출했으며, 평균 입자 크기는 138.4㎚였다.
이어 연구진은 플라스틱 입자를 염색하고, 다양한 유형의 인간 장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그 결과 점액을 생성하는 장 세포가 미세·나노 플라스틱 입자를 가장 많이 흡수했고, 그중 일부 입자가 유전물질이 들어있는 세포핵 내부까지 들어갔다. 즉 장 점액이 생체 내 플라스틱 입자의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플라스틱에 대한 만성 노출이 인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연구진은 “플라스틱 포장재에서 방출되는 미세·나노 플라스틱 오염을 평가하기 위한 표준화된 시험 방법을 개발하고, 오염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규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식품 포장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계속 늘면서, 식품 안전과 공중 보건을 위해 미세·나노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칫하면 티백이 인체에 플라스틱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확인됐다. 지난 2019년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섭씨 95도의 물에 티백 한 개를 넣자 미세 플라스틱 116억개와 나노 플라스틱 31억개가 검출됐다고 미국화학학회(ACS)의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티백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티백 20건의 내용물을 제거한 뒤, 뜨거운 물에 담갔을 때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스페인 연구진의 연구 결과와 비슷하게 검출된 미세 플라스틱은 티백의 재질과 상관없이 폴리프로필렌 소재가 가장 많았다.
특히 차를 마시는 내내 잔에 티백을 넣어두면 제품에 표시된 음용법으로 차를 우렸을 때보다 2~4배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검출되지 않았던 폴리에스터와 같은 미세 플라스틱도 검출됐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미세 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기 위해 제품에 표시된 음용법대로 차를 우린 후 바로 티백을 건져내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Chemosphere(2024), DOI: https://doi.org/10.1016/j.chemosphere.2024.143736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2024), https://sihe.seoul.go.kr/archives/554214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2019), DOI: https://doi.org/10.1021/acs.est.9b02540
홍아름 기자(ar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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