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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가짜뉴스”라며 “그런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주최의 ‘아메리가 페스트 2024’ 행사에서 새 행정부의 계획 등에 대해 90분에 걸쳐 연설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최근 민주당이 새로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에 대통령직을 양도했다’는 것인데 아니다, 아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머스크 CEO가 상하원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예산안까지 뒤집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것에 대한 비판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는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다”며 “난 안전하다. 왜인지 아느냐?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는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며 웃었다. 미국 대통령이 되려면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부모가 모두 시민권자여야 하는데 머스크는 시민권자이긴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생이라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의 권력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머스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여준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머스크 CEO를 칭찬하고 신뢰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나는 똑똑한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달 전 성공한 스페이스X의 일명 ‘젓가락 권법’ 우주발사체 회수를 언급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거대한 우주 발사체를 마치 아름다운 아기를 품에 안듯 잡아냈다”며 “믿을 수 없이 멋진 일”이라고 치하했다.
또 머스크 CEO가 경합주였던 펜실베이니아주 유세에 함께 했던 사실을 강조하며 “그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한 달이나 머물며 우리가 그 주에서 승리하도록 도왔고 우리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정말 훌륭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미 정계에서는 머스크의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을 두고 연일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때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다가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공화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A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때 탓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대상이 머스크가 되면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난다. 누구도 그게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트럼프의 사람들에게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 역시 CNN 인터뷰에서 “예산안을 새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이 빠졌다”며 테슬라가 중국에 갖고 있는 공장 때문에 이런 내용이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반면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예산안 마련의) ‘투명성’에 기여했다”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해 신께 감사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예산안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당선인은 연설에서 “새 행정부가 추진할 ‘상식적 혁명(common-sense revolution)’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 트랜스 젠더 종식 등을 약속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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