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출동한 소방대원이 민가로 번진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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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났을 때 차량을 운전해 현장으로 출동하는 임무를 갖고 있던 여성 소방관을 ‘위험하다’며 남성 소방관으로 교체한 것은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3일 경기 한 소방서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던 여성 소방관 A씨가 제기한 진정과 관련해 소방본부장에게 간부 성평등 교육 등 성차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작년 4월 충남 홍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A씨는 화학차를 담당하고 있었다. 소방력 동원 지시를 받고 A씨가 운전을 하려 하자, 직속 상사인 B씨가 “여성이 장거리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는 이유로 배제당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B씨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남성 소방관으로 교체한 것은 A씨를 열악한 현장 상황을 고려해 배려하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인권위는 A씨는 소방관으로 임용될 당시 대형면허를 보유하고 있었고 실습도 마쳤다고 밝혔다. 동료 소방관들은 A씨가 운전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고 전했다. 또 참고인 진술로 미루어 B씨가 여성이 운전하는 것에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B씨가 배려 차원에서 장거리 출동에 A씨를 배제했다는 주장은 여성을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보는 것이라면서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보지 않는 성차별적 인식”이라고 했다. 다른 119 안전센터는 여성 소방관 지휘 아래 홍성 산불 지원 업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는 지적도 했다.

손덕호 기자(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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