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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윤석열 출석요구서 거부, 거부, 거부…변호인단 구성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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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한 뒤 단상에서 내려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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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2차 출석요구서 수령을 거부하며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관련 서류에 응답이 없자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에 모두 불응하면서 ‘시간 끌기’란 비판이 높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이 변호인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다.

공수처는 25일 오전 10시를 조사일시로 정해 통보했지만 윤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 측이 출석요구서 수령을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대통령 관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과 부속실 등 3곳에 특급우편과 전자공문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대통령실에 보낸 2건은 “업무 소관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수령을 거절당했다. 관저에 보낸 1건은 이날 도착했지만 관저에서 받기를 거부했다. 전자공문도 모두 미확인 상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끝내 불출석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할지 검토 중이다. 공수처가 3차 출석요구서를 보낸 뒤 검찰에 요청했던 윤 대통령 관련 수사기록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공수처는 검·경이 진행한 수사기록을 확보하면 윤 대통령 조사를 더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수사보다) 탄핵심판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출석 여부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석 변호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절차가 먼저 이뤄져서 (대통령) 신분 상실 상태로 수사가 진행됐다”며 “윤 대통령은 권한이 일시 정지됐을 뿐 엄연히 대통령 신분”이라고 말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올 때까지 수사에 응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 신병 확보를 시도할 경우 대통령경호처와 충돌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유로 변호인단이 구성되지 않은 점을 내세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의 조사 불응이 시간 끌기 의도보다는 ‘변호인 구인난’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공수처와 헌법재판소 요구에 불응한다고 해서 수사나 탄핵심판을 무한정 멈출 순 없다. 더구나 조사 불응은 회피 정황으로 보여 향후 수사·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검찰총장 출신 법률 전문가인 윤 대통령이 그런 위험성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 준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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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이 칩거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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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고도의 전문성과 강한 보수 신념을 동시에 갖춘 중량급 변호사를 찾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변호인단 합류가 확인됐거나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헌법재판소 공보관 출신 배보윤 변호사 등이다. 하지만 수사기관이나 헌법재판소에 윤 대통령 변호인 선임신고서를 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법조계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가 강한 정치성을 가진 초대형 사건인 데다 국민적 비난 여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로펌이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변호사 개인 입장에서도 경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대형 로펌 소속 A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회사 이미지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이런 사건은 맡으려 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정당화할 변호사를 찾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저희 변호사들에게 제안이 온다면 수임하지 말라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것”이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는 “잘하는 분(변호인)들이 자천 타천으로 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적절한 방법으로 법적·정무적 논리를 정리하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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