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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연출가 하차·진행 미숙 총체적 난국 '투란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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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앞에서 열린 푸치니 서거 100주년 기념 오페라 '어게인 2024 투란도트'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지휘자 호세 쿠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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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15만원, 최고 100만원의 초대형·초호화 공연으로 홍보됐던 '어게인 2024 투란도트'가 주최 측의 진행 미숙, 연출가와의 갈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연말을 기념해 모처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티켓 수령부터 엉망진창이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인 공연 진행은 처음 본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2일 서울 코엑스 D홀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회당 4000석 규모로 31일까지 총 10회차로 예정됐다. 2003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장이머우 연출, 주빈 메타 지휘로 성황리에 열렸던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박현준 예술총감독이 주도한 공연이다. '2024투란도트문화산업전문회사'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후원했다.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 등 유명 성악가도 출연해 공연계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개막날 티켓 발권과 좌석 재배치 문제로 공연이 파행을 빚었다. 주최 측에서 애초 6800석 규모로 예매를 진행했다가 판매가 저조하자 객석을 4000석 미만으로 줄이면서 배치가 꼬였다. 예매한 자리가 사라진 관객에게 현장에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대처가 매끄럽지 못해 시간이 지연됐다. 공연장 로비에서 고성이 오갔고, 공연 시작 20분 뒤에야 표를 교환하고 입장한 관객도 있었다. 기존 예매한 좌석에 앉은 관객들도 자리가 바뀌었는데 "최소한의 사전 공지도 없었다" "30만원짜리 R석을 예매했는데 단 차도 없고 기둥에 가려 무대가 보이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수습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당일 불편을 겪은 관객들은 현장에서 연락처 등을 확보했고, 개별 안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향후 공연에 대해선 "좌석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운영 문제뿐 아니라 공연 연출이 하차하며 작품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다비데 리베르모레가 개막 당일 "이번 프로덕션의 예술적 결과물과 완전히 결별한다. 내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다. 주최 측이 장이머우 감독의 2003년 공연 무대 동선을 복사하도록 강요했고, 계약상 지급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리베르모레는 "다른 예술가를 모방하는 건 내 윤리상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단지 내 작업이 아니라는 걸 밝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총감독 측은 "리베르모레 연출팀이 제작진 의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내부 갈등에 대해 상식에서 굉장히 벗어난 행동(언론에 입장 발표)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한국 오페라를 우습게 여겨온 이탈리아 오페라 관계자가 한국을 봉으로 아는 추태를 보였다"고도 했다. 그러나 리베르모레는 "나는 한국 아티스트를 포함해 모든 예술가를 존중한다"며 "오히려 이번 프로덕션에 한국 가수를 주연으로 출연시키지 않는 박현준 감독이 한국 가수에게 애정이 없는 것이다. '한국을 봉으로 본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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