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사태 속 오히려 재계가 중심이 돼 트럼프와 접촉
정용진 신세계 회장 "트럼프와 10여분 대화"…韓美 가교 기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도 세계 각국에 "한국 경제 정상 작동"
삼성, 현대 등 주요 총수 그룹도 물밑서 트럼프 2기와 접점 구축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은 이미 정계 중심으로 트럼프 만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트럼프 당선인.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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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전 세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고 있는 한국은 대기업 총수 등 재계가 앞장서 국정 공백을 메우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국내 정재계 인사들 중 최근 유일하게 트럼프 당선인을 면담했고,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물밑에서 미국 새정부와의 소통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용진 "트럼프와 10여분 대화"…대기업 총수들 분주히 움직여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지난 16일부터 22일 오전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렀다. 정 회장은 10~15분 정도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를 나눴고, 그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도 만났다.정 회장은 지난 22일 입국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과 주변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표했고 당선인 측에 "대한민국은 저력 있는 나라니 믿고 기다려 달라. 빨리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 회장이 개인적 인연을 동원해 트럼프 측과의 끈을 살려 놓은 점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트럼프 주니어는 서로를 '브로(brother의 준말)'라고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올해 세 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해 순복음교회, 빌드업코리아 등에서 강연과 간증을 하며 전통적인 보수 기독교 가치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때마다 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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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128개국 세계상공회의소 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 대사에 "최근 일련의 어려움에도 한국 경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는 등 전 세계를 상대로 국내 탄핵 정국에 대한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최 회장은 서한에서 "높은 회복 탄력성과 안정적인 시장 경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당면한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해 낼 것"이라고 강조했고, 대한상의 관계자 역시 "APEC 행사가 1년 남짓 남은 가운데 대한상의는 세계상공회의소 네트워크를 통해 대한민국의 안정성을 계속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내년 1월 20일에 열리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 받아 현재 참석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통으로 알려진 류 회장은 미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르는 인맥을 갖춘 인물로 트럼프 측근들과도 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에도 참석해 미국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아웃리치 활동을 적극 전개했다. 또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등 싱크탱크와의 대화, 라인스 프리버스 트럼프 1기 초대비서실장, 켈리앤 콘웨이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고문과의 간담회를 각각 개최했다.
삼성, 현대차, 한화 등 주요 그룹도 물밑서 네트워크 구축
탄핵 정국에서 국내 정치권과 차기 미 행정부와의 대화가 답보 상태에 머물자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물밑에서 직접 트럼프와의 연줄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주요 그룹 총수들 대부분이 트럼프 1기 때부터 미국 투자를 지렛대로 물밑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트럼프 핵심 측근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해거티 상원의원이 지난 9월 '한미일 경제대화'(TED) 참석차 연방 상원의원들과 방한했을 당시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최태원 회장은 SK 서린사옥에서 각각 대표단을 맞이하고 양국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대관 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도 미국 현지에서 정부 및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사업 관련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미국 현지 대관 조직인 워싱턴 오피스를 중심으로 현지 관료들을 접촉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방한 첫 일정으로 현대차그룹을 방문해 향후 사업 관련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역시 최근 김승연 회장이 핵심 방산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을 직접 맡는 등 미국과의 네트워크에 특별히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김 회장은 과거 트럼프 1기 취임식에 초대 받은 유일한 국내 재계 인사다. 김 회장은 특히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40년간 인연을 맺어 왔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 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 협력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 기업 차원의 고군분투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세계 각국은 정부와 기업이 합동으로 움직여 미 차기 행정부를 이끌 인사들과의 접촉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지난 16일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다. 이를 발판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후 첫 기자회견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동석해 1천억달러(144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전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 말로 화답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달 플로리다를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 관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7일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에 트럼프 당선인을 초청해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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