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운영하던 무당… 안산서 ‘아기보살’ 간판
건진·천공·명태균에 계엄 ‘브레인’ 노상원까지
尹 정부 논란 곳곳에 무속 관련 이슈들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ά) 행간을 다시 씁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온라인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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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무속에 깊이 심취한 인사가 ‘12·3 비상계엄’의 핵심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그다.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선 ‘NLL 북한 공격 유도’ 문구가 나왔다. 그는 서울 신길동 소재 탈북민 심문실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계엄 상황에서 HID 요원들이 선관위 간부들과 주요 인사들을 체포해올 경우 이곳에서 심문을 계획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HID 요원들은 심문용 야구방망이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노 전 사령관은 포고령 작성자로 의심받고 있고, 계엄 하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는 계획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노상원 수사단 명단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설명과는 달리, 계엄 계획이 치밀하게 짜였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계속됐던 ‘무속’ 논란도 재차 점화되고 있다. 건진·천공에 이어 최근 ‘공천거래’의혹을 받고 있는 명태균씨 역시 ‘신기(神氣)’가 있는 인물로 알려진다. 여기에 노 전 사령관까지 점집을 운영하는 인사로 파악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무속 계엄’이란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했던 집앞에 마른 명태 등 제물로 보이는 음식들이 쌓여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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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계엄?’… 北 공격 유도 계획도
23일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단 등에 따르면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수첩은 노 전 사령관의 안산 자택에서 확보했는데, 해당 수첩에는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선관위 직원들을 케이블타이를 이용해 선관위 직원들을 포박하고 두건을 씌운 채 서울 신길동 소재 탈북민 심문 장소에서 직접 선관위 간부와 직원들을 심문하려고 했다는 관측이다.
12·3 계엄 사태와 관련 노 전 사령관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포고령 초안 작성자’로 지목되면서다. 당초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초안 작성자로 의심받았으나, 문 사령관의 육사 선배인 노 전 사령관이 썼다는 것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노 전 사령관은 육군정보학교장 재임(2018년) 당시 국군의날에 교육생이던 피해자를 술자리로 불러내 성추행을 했던 사안이 확인돼 불명예 전역했다. 그는 연금 수령에 애로를 겪었는데, 이 때문에 여자 보살 2명과 함께 안산에서 점집을 운영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발표 전인 12월 1일 자신의 거주지인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중장)과 대령 2명과 함께 비밀 회동을 했다. 노 전 사령관은 롯데리아 회동 당시 김모 전 대령(구속)에게 정보사령부 산하 북파공작부대(HID) 투입과 선관위원장 노태악 대법관 체포 계획에 대해서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전 사령관은 군인 신분이던 시절 육군본부와 가까운 계룡산 등을 다니며 10년 동안 사주팔자를 공부했고, 작명에도 능해 지인들 사이에서 ‘남자 보살’로 불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엔 ‘안산보살’로 회자된다.
경찰은 또 노 전 사령관이 중심이 된 별도의 수사단을 꾸리려 했던 정황도 파악했다. 경찰은 수사단 단장을 포함해 모두 6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엔 내란 혐의 피의자로 이미 입건된 군 관계자 1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수사단 구성 ▷포고령 작성 ▷탈북민 조사시설 방문 ▷체포계획 수립 등 비상계엄에 깊숙히 관여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노 전 사령관의 배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은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배경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김 전 장관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노상원 지시가 내 지시’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장관으로, 이번 비상계엄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다만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계엄과 관련해, 광범위한 외곽 활동을 가능케 했던 배경엔 김 전 장관보다 윗선이 개입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날짜를 노 전 사령관이 정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운(運)이 트이니까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김 전 장관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민주당 등 야권은 계엄의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던 김 전 장관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주장하자, 김 전 장관이 탄핵을 당하기 전을 계엄 선포일을 당겨 잡았다는 분석도 나와있는 상태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왼쪽부터), 건진법사(전성배), 명태균씨, 천공스승 등 윤석열 정부 하에서 논란이 됐던 인사들 가운데엔 유달리 무속과 관계됐던 인사들이 많다. [온라인 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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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천공·명태균에 노상원까지
윤석열 정부는 다른 정부와는 달리 유독 ‘무속’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 불거져 나왔다. 시기별로 따져보면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건진법사(본명 전성배) 이슈가 윤석열 당시 후보를 흔들었고, 취임 후에는 청와대 이전을 계기로 천공스승이라는 이름이 계속 거론됐다. TV토론에 나온 윤 후보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썼다는 것도 논란이 됐는데 주술적 의미란 비판이 따라 붙었다. 최근에는 ‘왕자(王字)’를 쓴 배경에 건진법사의 조언이 있었다는 설도 정치권에선 나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 역할을 했던 명태균씨도 타인이 자신을 ‘미륵보살’이라 부른다고 말했으며, 12·3 비상계엄 하에서도 ‘신기(神氣)’가 있다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상황 하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무속 논란이 재차 점화되고 있다.
‘무속’ 이슈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이 해제된 이후인 지난 6일에는 윤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관저로 56kg의 장어를 배달하는 트럭이 한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는 데 이것이 무속 의식을 치르기 위한 재료라는 해석도 나돌았다. 이와 관련 김용남 국민의힘 전 의원은 한 언론에 출연해 “56kg은 온스(oz) 단위로 따지면 2000온스에 해당한다. 2000은 2곱하기, 10곱하기, 100으로 나뉘는데, 한자로 이(二)와 십(十)을 합하면 왕(王)이 되고, 100을 뜻하는 흰백(白)을 왕(王)자와 결합하면 황제황(皇)이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건진법사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에도 논란이 지속됐는데, 지난 2022년 8월께 대통령실은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건진법사 주의보’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건진법사는 대통령실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기업들에 보냈다는 취지였는데, 건진법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신천지를 압수수색 하라는 법무부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원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총장이 건진법사 말을 듣느라고 신천지 압수수색을 안했다”고 말했다. 건진법사는 계엄 및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 검찰에 의해 체포되기도 했는데 그에게 청구됐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돼 석방된 상태다.
천공스승은 윤 대통령이 청와대를 용산 대통령실로 옮기는 데 많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천공은 그의 정법 강의에서 ‘용이 여의주를 물고 용산으로 와야 한다’, ‘청와대는 터가 안좋다. 귀신이 묻어오기 쉽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이 퀸 엘리자베스2세의 장례식에 참석치 않은 사건,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방문 당시 앙코르 와트(귀신 붙는다)를 방문치 않았던 것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천공은 탄핵안과 관련해서는 “3개월 내에 반전이 가능하다”고 예언했다.
한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을 하늘이 내린 대통령이라 호도한 천공, 소가죽 벗기는 기괴한 건진법사, 지리산 도사로 불린 명태균에 이어 이제 ‘햄버거 보살’ 계엄 주역 노상원까지 드러났다”며 “도사, 법사로도 부족해 이제 ‘햄버거 보살’까지 동원해 ‘무속 내란’을 일으켰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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