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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영상] 쫓아내고, 파괴하고, 밀어버렸다···이스라엘, 가자 북부 ‘요새화’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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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스라엘 국회의원을 지낸 이논 마갈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엑스에 게시한 영상. 영상에는 이스라엘군이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건물을 폭파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출처 X


이스라엘군이 석 달째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주민들을 몰아내고 이 지역을 군사 요새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스라엘이 자국 국경과 접한 가자지구 최북단 지역을 일종의 완충지대로 조성한 뒤 최종적으로는 재점령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촬영된 위성사진과 영상, 주민 증언 등을 토대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와 그 북쪽 지역을 분리하는 도로를 건설 중이며 이는 이스라엘 국경과 접한 북부지역을 군사 요새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초부터 가자지구 최북단 자발리야, 베이트라히야, 베이트하눈 3개 지역을 포위하고 주민 소개령을 내리며 고강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소개령에 따라 지난 11주간 10만명 이상이 이 지역에서 쫓겨났으며, 현재 3만~5만명이 이곳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쟁 전 인구의 8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북부 지역 내 구호품 공급도 거의 끊겨,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이미 광범위하게 기근이 퍼졌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WP는 최근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을 몰아낸 뒤 동네 전체를 파괴하고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일대 인구밀집 지역인 자발리야 난민촌의 경우, 전체 건물의 60%가 지난 10월부터 12월 사이 파괴·철거됐고 그 자리에 도로가 확장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남쪽에 있는 동서 횡단도로 ‘넷자림 회랑’에 이어 더 북쪽인 자발리야 일대에도 또 다른 횡단도로를 조성해 가자지구를 분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성 이미지를 통해 군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독립 연구 프로젝트 ‘콘테스티트 그라운드(Contested Ground)’ 분석가인 윌리엄 굿힌드는 “이런 도로는 가자지구를 분할해 남쪽으로의 이동을 봉쇄하고, 북부 지역을 이스라엘의 군사적 통제 아래 두려는 광범위한 군사 목표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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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석 달째 포위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가자지구 최북단 베이트라히야에서 건물들이 심하게 파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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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이 일대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고사시키는 이른바 ‘굶겨죽이기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한 퇴역 장군이 제안해 ‘장군의 계획’이라고 불리는 이 작전은 가자지구를 남과 북으로 분할해 북부에서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일종의 포위 작전으로, 민간인 소개령을 내린 뒤 떠나지 않은 자는 모두 무장세력으로 간주해 사살하거나 굶겨 죽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봉쇄 지역에 남은 이들에겐 모든 구호품 지급이 중단된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은 지난 10월 초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에서 집중 공세를 시작한 후 약 3주간 최소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조 활동을 벌여온 가자 민방위대는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인해 지난 10월23일 이후 해당 지역에 구급차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사상자는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일련의 공격이 이스라엘 남부 국경과 접해 있는 가자 최북단을 가자시티와 분리해 자국 국경을 보호하는 일종의 ‘완충지대’로 조성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북부 지역에서의 광범위한 소개령과 고강도 포위 공격의 최종 목적이 이스라엘 정착촌 재건 등 가자 재점령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 등 극우 인사들도 “나는 내 가족과 함께 가자지구로 이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재점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을 지낸 모셰 야알론은 이달 초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에서 “인종 청소”를 하고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북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몰아내고 그곳에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이스라엘, 가자 북부에 ‘유대인 정착촌’ 재건 노리나··내부서도 ‘인종청소’ 비판
https://www.khan.co.kr/article/202412021158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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