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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2월 24일 (화)
■ 진행 : 정태근 변호사
■ 대담 : 노범래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정태근: 때는 단풍이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던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죠. 아랫집에서 개가 너무 짖으니 확인해 달라는 주민의 요청을 받은 B 씨는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신고가 접수된 해당 집은 70대 여성 A 씨가 살고 있었는데 이 A 씨는 동사무소 주민센터 직원인 B 씨가 담당하고 있는 어르신이기도 했지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B 씨는 서둘러 A 씨의 집을 찾았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하루아침에 홀연히 사라져 버린 A씨 실종 신고를 접수받은 경찰은 우선 A 씨가 사라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던 인물에 주목했습니다. 그 인물은 바로 의붓 아들인 D씨였지요. 시간을 내서 경찰 조사를 받으러 오겠다는 A 씨의 아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경찰은 A 씨의 아들이 살고 있다는 고시원의 CCTV를 확인해 봤는데요. 그 영상엔 경찰과 통화한 직후 황급히 도주하는 듯한 D씨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정태근입니다. 로엘 법무법인 노범래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노범래: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노범래 변호사입니다.

◇정태근: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말 있잖아요. 오늘 사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말을 떠올리는 분들 많이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노범래: 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75세의 노인이었습니다. 동사무소 주민센터에서는 복지 담당 공무원이 일주일에 한 번씩 피해자와 연락하는 등의 관리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담당 공무원이 피해자랑 연락이 좀 잘 안 되었고 아랫집에서는 계속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이런 민원들이 계속 접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담당 주민센터 공무원이 평소엔 연락이 잘 되던 피해자와 일주일이 넘게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이걸 이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습니다. 실제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는 약 한 달여 만이었습니다.

◇정태근: 매주 연락을 해왔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없이 연락이 두절됐다 걱정이 많이 됐을 것 같거든요?

◆노범래: 네 그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해 보니 피해자의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경상북도 예천이었습니다.

◇정태근: 실종된 70대 여성이 사는 곳이 서울시 영등포구라고 해 주셨는데 경북 예천이면 꽤 거리가 먼데요?

◆노범래: 네 근데 예천이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장소는 아니었고요. 예천은 약 1년 전에 사별한 피해자의 남편의 고향이었습니다.

◇정태근: 남편의 고향이라서 찾아가셨을 수도 있겠다 싶네요.

◆노범래: 근데 그냥 들어서는 충분히 좀 그렇게 생각을 할 만 하죠. 남편과 사별한 지 한 1년 정도 되었고 경찰 입장에서도 피해자가 그냥 남편을 그리워해서 혼자 내려갔다고 생각하고 일반적인 단순 실종 사건으로 수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실종된 사람이 돈이 없이 생활하기가 어려우니까 입출금 내역을 확인을 하고 통화 내역도 조회를 하게 됩니다. ATM에서 현금을 인출한 기록도 확인이 되었고요.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사람은 의붓 아들이었습니다.

◇정태근: 70대 어르신이 아들과 통화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니까요.

◆노범래: 그렇죠 경찰도 처음에는 의붓아들을 범인으로 의심하지 않았고 아들이고 또 가장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니까 참고인으로만 조사하려고 연락을 했습니다. 예컨대 뭐 가장 최근 통화가 무슨 내용이었느냐 어머니가 가실 만한 곳이 뭐 어디가 있느냐 이런 게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수사 기관이 아들의 미심쩍은 행동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태근: 뭐였죠?

◆노범래: 일단 아들은 경찰로부터 어머니의 실종 이야기를 통화로 들었음에도 피해자의 행적을 모르는 것처럼 대답을 하고 그다음에 진술 조서 작성을 위해 만나자는 경찰과의 통화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의붓 아들의 주거지 CCTV를 확인해 봤더니 아들이라는 사람이 다급하게 자신이 살던 곳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걸 본 경찰 실종수사팀에서는 이게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닐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정태근: 의붓 아들이라는 사람이 유력 용의자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만이 된 건데 다른 증거들도 좀 나온 게 있습니까?

◆노범래: 예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증거들이 나왔습니다. 범행 당일에 이번에는 피해자의 집 근처 CCTV를 확인해 봤는데요. 피해자가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찍혔는데 그 뒤로는 피해자가 나오는 영상이 없습니다.

◇정태근: 집에 들어가는 장면은 CCTV에 담겼는데 나오는 장면은 없고 그대로 실종됐다 이상하긴 하네요.

◆노범래: 그렇죠 그리고 피해자가 찍힌 날과 같은 날에 그러니까 의붓어머니가 집에 들어가고 그 이후에 의붓 아들이 어머니의 집에 들어갔다가 나옵니다. 그런 다음에는 어머니가 집 밖으로 나온 영상이 찍힌 거는 없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 의붓 아들이 피해자의 집에서 왜 그 빨간 고무통 큰 거 있지 않습니까? 그 고무통을 굴려가지고 미리 준비해 놓은 렌터카에 싣는 모습이 CCTV에 담겼습니다.

◇정태근: 설마 저희가 생각하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요.

◆노범래: 예. 일단 여기까지 확인한 경찰이 의붓아들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일단 CCTV를 통해서 렌터카 번호판이 특정이 됐고요. 자동차에서 루미놀 반응, 그러니까 혈흔도 검출이 되었습니다. 이후 의붓아들이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분석해 가지고 아들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범인의 소재를 추궁을 하고 수원시에 있는 한 모텔에 은신해 있던 의붓아들이 검거가 되었습니다.

◇정태근: 검거된 후에는 뭐라고 하던가요? 인정을 하던가요?

◆노범래: 차라리 실제로 실종 사건이면 좋았겠지만 역시나 이 사건은 살인 사건이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그 빨간 고무통 안에 피해자의 시신을 접어서 집어넣었던 거예요. 시체를 은닉하기 위해 의붓어머니가 들어 있는 고무통을 굴려 가지고 렌터카에 집어넣은 겁니다. 일단 가해자는 수사기관에 검거된 후에는 살인 행위 자체는 인정했던 걸로 보입니다. 초기 진술에서는 의붓 어머니가 본인이 교제하던 남성에게 돈을 좀 헤프게 썼고, 누나의 치료비 연체 문제 같은 것들이 있어서 의붓 어머니랑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살인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정태근: 잡히고 나서도 거짓말을 했네요.

◆노범래: 예. 그리고 가해자는 그 이후에 의붓어머니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려서 홧김에 우발적으로 목을 졸라서 죽였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정태근: 이번엔 진짜였나요?

◆노범래: 그 답변도 완벽한 진실이 아니었습니다. 가해자는 기존에도 강도상해 범죄를 저질러서 복역했던 사실이 있는데요. 출소한 이후에 생활비를 벌다가 일을 그만둔 후에는 소득이 전혀 없이 지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가해자는 피해자가 살고 있는 집에 임대차 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했었으나 피해자가 거부했던 적이 있었고요. 또 피해자한테 누나의 장애인 연금 또 기초생활수급비까지도 달라고 했지만 역시 거절당했습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모든 아들을 의붓아들인 자신이 상속한다는 내용의 허위 유언장까지도 작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해자는 고시원 월세를 연체하고 휴대전화 요금도 내지 못하고 채무는 2천만 원을 넘어가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정태근: 결국 돈 때문이었네요.

◆노범래: 예 그렇습니다. 아까 설명을 드리다가 좀 멈췄는데 가해자는 의붓 어머니를 살해한 다음에 시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통장을 들고 일단 집 밖에 있는 ATM에 가서 피해자의 연금을 인출을 합니다. 피해자의 계좌에 남아 있던 금액도 소액이에요. 133만 원. 그리고 일단 돈부터 인출하고 나서 다시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서 시체를 옮긴 겁니다. 이 말씀드리는 입장에서 좀 참담한 심정입니다.

◇정태근: 그런데 부모의 기초연금까지 눈독들일 만큼 경제적으로 어렵다던 사람이 인터넷 방송 BJ한테는 후원금도 뭐 100만 원 넘게 썼다 이런 얘기가 있던데요. 이건 진짜인가요?

◆노범래: 맞습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가해자는 인터넷 방송 BJ후원, 또 경륜 배팅 이런 것들에 돈을 쓰면서 지냈습니다. 여자친구한테서 일을 그만둔 사실을 숨긴 채 자신에게 매월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지만 과거 사업 실패로 인한 채무를 변제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오히려 여자친구로부터 돈을 지속해서 빌리기까지 했습니다.

◇정태근: 재판에 넘겨졌겠죠?

◆노범래: 예 그렇죠 처음에는 살인 행위가 있었고 이 사체가 확인됐으니까 경찰에서 죄명을 살인으로 해서 송치를 했는데 검찰에서 수사를 다시 해 보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금전을 목적으로 범행했다는 내용이 밝혀져서 강도 살인으로 죄명을 변경해서 기소했습니다. 강도 살인은 강도죄를 저지른 자가 살인죄도 저지른 경우에 죄책입니다. 재물을 강취하기 위해 생명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여가지고 현행법상 가장 강력하게 처벌되는 범죄 중에 하나입니다.

◇정태근: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노범래: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습니다.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검사와 가해자의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2023 고압 528 판결인데요.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가해자에 대한 재판부의 참담한 심경을 담은 판결문 원문을 읽어드리면서 오늘 사건 설명을 좀 마치고자 합니다. 별다른 소득이 없음에도 경륜 등으로 재산을 탕진하던 피고인은 의분 어머니인 피해자의 안방에 있는 통장을 가지고 나왔고, 피해자가 이를 제지하자 현장에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 잠시 피고인의 손이 풀린 상태에서 피해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피해자의 복부 위로 올라타 재차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내용에 비추어 피해자가 느꼈을 배신감과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정태근: 사건 X파일 오늘은 오직 돈 때문에 20년 동안 자신을 키워준 의붓 어머니를 살해하고 암매장했던 아주 끔찍한 살인 사건 살펴봤습니다. 한 달에 9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이었습니다. 그 돈은 나이 든 어머니와 장애가 있는 누나의 생계를 위한 그야말로 최소한의 금액이었죠. 그런데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 돈을 지속적으로 탐해 온 그 탐욕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최후 진술에서는 정말 죄송하고 반성하면서 살겠다는 발언을 남겼다고 하는데요. 글쎄요. 너무 뒤늦은 후회가 아닐까요?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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