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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최윤범 회장 ‘비장의 무기’ 된 집중투표제… MBK·영풍 “법률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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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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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내년 1월 23일)를 한 달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최 회장 측에서 집중투표제를 1번 의안으로 올리고 통과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을 상정했는데, 여기에 위법성이 있다는 게 MBK-영풍 측 입장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이사 후보의 수만큼 의결권을 받아서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대주주가 원하는 이사를 대거 선임할 수 있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더불어민주당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지만, 도입 시 부작용 등으로 인해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 100주 가진 주주, 이사 후보 20명이면 의결권 2000개 한 후보에 쓸 수 있어

24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임시주총 의안을 확정짓고 주총소집결의를 정정 공시했다. 집중투표제는 제1-1호 의안부터 등장한다. 최 회장 측 계열사인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현재는 대부분의 기업처럼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는데, 이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에 대해 선임하고자 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투표 방식이다. 다수의 이사 후보가 있을 경우, 주어진 의결권을 한명 또는 여러 명의 후보에게 집중 또는 분배해 투표할 수 있다. 단순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과반의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되지만, 집중투표 방식을 이용하면 소수주주도 의결권을 집중해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함으로써 모든 이사가 대주주의 뜻대로 선임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내·사외·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20명이 올라왔다고 가정해 보자.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단순투표제를 통해 후보 한 명당 100개의 의결권을 써서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이 주주는 총 2000개(100주 X 20명)의 의결권을 갖게 된다. 이를 여러 이사 후보에게 분산해서 투표할 수도 있고 전부 한 명의 후보에게만 몰아줄 수도 있다. 때문에 소수주주들이 합심해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입성시키는 게 가능하다. 대주주가 원하는 후보들로만 이사회를 구성하는 게 어려워지는 셈이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면, 이사 후보가 많을수록 소수주주의 뜻에 맞는 이사를 선임하는 게 쉬워진다. 후보가 1명이라면, 주주는 지분을 50% 이상 보유해야만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넣을 수 있다.

이사 후보가 2명이라면 이 ‘최소 보유주식 비율’은 33%로 내려간다. 이사 후보가 N명일 경우 소수주주는 지분을 100/(N+1)% 이상 갖고 있어야 원하는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이사 선임을 확실시할 수 있다. 만약 이사 후보가 20명이라면, 소수주주는 4.7%의 지분만 갖고도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1-1호 의안으로 올린 집중투표제 도입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본래 정관 변경안은 주총 특별결의 대상이어서 ‘출석 주주의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그러나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주주가 지분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든, 의결권 행사가 발행주식총수의 3%로 제한되는 이른바 ‘3%룰’의 적용을 받는다. 즉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투표할 때 의결권을 각각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주식이 여러 사람에게 분산돼 있는 최씨 일가는 인당 지분율이 3%가 안 되기 때문에 3%룰을 적용받든 안 받든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달라지지 않는다.

◇ MBK “정관변경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MBK-영풍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1-1호 의안 자체가 아닌, 1-1호의 통과를 전제로 한 의안들이다.

2호 의안은 ‘이사 수 상한이 19인임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7명 선임의 건’이다. 집중투표제 도입안이 가결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부결될 시 기존의 단순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3호 의안도 ‘이사 수 상한이 없음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의 건’이다. 마찬가지로 1-1호 의안의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MBK-영풍 측은 법조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정관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MBK-영풍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상법 제382조의2 제1항과 제542조의7 제2항이다. 여기에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MBK-영풍 측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구절에 주목했다. MBK 관계자는 이를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하는 시점에 정관상 집중투표제가 배제돼 있지 않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즉,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선임안을 올린 시점(23일)에 정관상으로 집중투표제가 허용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집중투표제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은 무효라는 것이다.

MBK파트너스 측은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한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은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고, 의결권 행사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자의적인 의도로 이뤄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가 확정된 지난 20일까지 고려아연이 이 같은 주주제안을 숨긴 것도 문제가 된다는 게 MBK 측 입장이다. MBK 측은 “만약 주주제안을 한 유미개발 및 최 회장 측 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숨긴 채 지분을 매집했다면, 다른 투자자들에겐 공개되지 않은 중대한 정보를 자신들만 알고 거래한 셈”이라며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 행위 등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계획에 장애되니 억지 주장”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 장치이자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안인데, MBK-영풍이 이사회를 장악하려던 계획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올해 열린 KT&G와 JB금융지주의 주총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집중투표제를 활용해 원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며, “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경우 낮은 지분율로도 이사회를 뚫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안 상정에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최 회장 측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되는 즉시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므로, 정관 변경안이 가결되는 조건하에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건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 안건을 상정하기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률 자문도 충분히 거쳤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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