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밴드 시장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중국 브랜드 화웨이가 애플을 밀어내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3위 역시 중국 브랜드 샤오미가 차지했다. 세 기업의 점유율 차이도 거의 나지 않는다. '혁신 빠진' 애플의 현주소도 심상치 않지만,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삼성전자가 한발 밀려나 있다는 점도 충격적인 부분이다. 지금 이 시장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에서 화웨이가 1위를 차지했다.[사진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중국 브랜드가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 1~3분기 세계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중국 제조사 '화웨이'다. 총 236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16.9%를 기록했다.
수년간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을 호령했던 애플은 2250만대(16.2%)를 출하하는데 그쳐 2위로 미끄러졌다. 1‧2위 차이가 근소하긴 하지만, 수년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애플이 밀려난 건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3위는 중국 브랜드 '샤오미'가 차지했다. 2050만대를 출하해 14.7%를 기록했는데, 마찬가지로1‧2위와 차이가 근소하다. 다만, 세 업체의 기세는 크게 다르다. 1위 화웨이와 3위 샤오미는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3%, 26.5% 증가했다. 애플은 같은 기간 12.8% 감소했다.
■ 텃밭의 경제학=중국 브랜드가 웃고 애플은 울은 데는 '텃밭'의 영향이 크다. 지난 1~3분기 누적 기준 전세계 스마트워치‧밴드 출하량은 1억39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 시장 출하량은 20.1% 증가한 4580만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스마트워치‧밴드 소비량이 늘면서 중국 브랜드인 화웨이와 샤오미의 인기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는 거다. IDC도 19일 보고서에서 "스마트워치‧밴드 최대 소비국인 중국 시장이 성장하면서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와 샤오미의 스마트워치‧밴드 성능이 최근 들어 꾸준히 상향하고 있는 점도 애플과 중국 브랜드의 희비를 가른 이유 중 하나다. IDC는 "화웨이의 스마트워치 신작 '화웨이워치 GT5'와 혈압측정 기능이 포함된 '화웨이워치 D2'가 중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정확한 건강 모니터링 데이터를 제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고속성장하는 스마트밴드 시장은 사실상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9월 '화웨이 밴드9'를 출시했는데, 가격은 4만9000원에 불과하다. 샤오미가 지난 8월 출시한 샤오미 미밴드9의 가격도 4만9800원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혁신 사라진 애플=문제는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 브랜드를 따돌릴 만한 '한방'을 애플 제품에서 찾아보기 힘들단 점이다. 애플은 지난 9월 24일 '애플워치 시리즈 10'을 출시했다. 제품 두께를 10.7㎜에서 9.7㎜로 1㎜ 줄이고, 무게도 전작 대비 10% 가볍게 만든 건 유의미한 변화다. 스펙도 업그레이드했다. 애플워치의 '두뇌'에 해당하는 칩을 '애플S9'에서 '애플S10'으로 한단계 상향했고, 메모리도 1GB에서 2GB로 늘렸다.
그럼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엔 "무게와 두께 이외에는 전작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소비자들의 후기가 적지 않다. 가격이 저렴해진 것도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59만원부터 시작한다. 나름대로 혁신을 꾀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큰 변화를 느낄 만한 수준이 아니다.
IDC도 "스마트워치 시장만 놓고 보면 애플워치는 여전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러면서도 "애플이 업계를 계속 선도하려면 더욱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크해 봐야 할 포인트는 또 있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한발 밀려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1~3분기 점유율은 8.3%(1150만대)로 4위에 머물러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24.3% 늘어났지만, 중국 브랜드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지난 3분기에 출시한 스마트워치 '갤럭시 워치 7 울트라'가 고가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선전한 데다, 4월 5일 선보인 스마트밴드 '갤럭시 핏3'이 저렴한 가격대(5만8000원) 대비 준수한 성능으로 주목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뼈아픈 결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이유로 현재의 스마트워치‧밴드 시장은 이를 포괄하는 시장인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의 미래를 보여주는 표본이란 말이 나온다. 혁신을 잃은 애플, 그 빈틈을 노리고 약진한 중국 브랜드, 이 기세에 밀려난 삼성전자의 모습이 전형적으로 나타나서다.
시장조사업체 VRM은 지난 12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웨어러블 기술 시장에선 스마트 안경, 무선 이어폰,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이 모두 스마트워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스마트워치가 단순한 시계 용도 외에도 알림‧GPS‧음악 제어‧결제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서다. … 따라서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루는 업체가 전체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이 흐름을 과연 삼성전자가 따라갈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