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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탄핵 후 열흘, 당정 저항으로 끝나지 않는 계엄 정국…“내란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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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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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방어태세를 본격화하면서 탄핵소추안 가결 후 10일, 12·3 비상계엄 해제 후 20일이 지난 시점에도 비상계엄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내란 특검법’ 공포는 미뤄졌고, 여당은 친윤석열(친윤)계로 새 지도부를 꾸리며 윤 대통령 엄호 체제를 구축했다. 여권이 계엄 정국을 빠르게 끝내고 헌정 질서를 회복하라는 민심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이날까지 두 특검법을 공포하라는 야당의 최후통첩을 거절했다. 내란 특검은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동시다발로 진행하는 수사의 혼란을 줄일 대안으로 평가된다. 한 권한대행이 야당의 특검 추천권 등을 문제삼아 공포를 미루며 출범이 늦어지게 됐다.

한 권한대행은 두 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여야 협상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회가 헌법과 법률에 부합하는 해법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이미 국회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정부로 넘어간 사안에 대해 여야 타협을 요구하며 결단을 회피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오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법 모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결국 한 총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여야 타협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여권이 동의하지 않으면 공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권한대행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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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비대위원장 내정자옆을 지나가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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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조만간 ‘친윤 지도부 투 톱’ 체제로 재편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권영세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하고, 의원들은 이를 박수로 추인했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 대선 캠프 총괄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 윤석열 정부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친윤계 중진이다. 권 의원은 ‘원조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와 당을 이끌게 된다. 탄핵 찬성파였던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고 탄핵 반대를 표명해온 친윤계 인사들이 당권을 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탄핵과 수사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윤 대통령 전략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지형을 만들려는 행보도 노골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불참했다. 자당이 추천한 후보자임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막기 위해 청문회를 보이콧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에서 한 권한대행에게 현재 국회 추천 절차를 밟고 있는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권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이 현재의 6명으로 유지된다면 6명이 모두 찬성해야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기 때문에 3명의 헌법재판관이 추가되는 것보다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이때문에 여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기각에 사활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성 목소리는 실종됐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과 사과, 윤 대통령이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수준의 입장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과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비영남권 원외 인사들의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한 고비는 넘겼지만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라며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윤석열의 직무정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란세력이 권력을 쥐고 있고 그들의 명시적, 묵시적인 사보타주가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를 국민이 다 지켜봤다. 여당이라도 대통령에게 엄중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며 “지금의 여권은 이성을 갖춘 정치집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은)민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탄핵심판 불인용 가능성과 이재명의 2심 유죄 판결에 한줄기 희망을 걸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골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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