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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독일 극우, '성탄시장 공격' 용의자 '극우 지지' 지우고 혐오 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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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지난 주말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 성탄 시장(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공격 용의자가 극우 지지자이자 이슬람 혐오자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극우가 용의자가 이민자임을 빌미로 연일 시위를 벌이며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을 보면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은 마그데부르크 집회에 참석해 성탄 시장 공격이 "증오로 가득찬 이슬람주의자의 행위"라는 거짓 주장을 펼치며 이민자 혐오를 선동했다. 바이델은 "망명을 허락한 나라의 국민을 미워하고 죽이는 사람, 우리가 지지하고 사랑하는 모든 것을 미워하는 사람은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다"며 "이 나라의 상황이 바뀌길 원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일어난 성탄 시장 차량 돌진 공격으로 5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

바이델의 주장은 용의자에 대한 독일 당국 조사 및 현지 언론 취재 결과와 완전히 배치된다. 당국은 용의자의 동기를 확정하진 않았지만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가해자가 "분명한 이슬람 혐오자"라고 밝힌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으로 2006년 독일에 도착해 2016년 망명을 허가 받은 용의자 탈레브 알압둘모흐센(50)은 이전에 무슬림이었지만 이 정체성을 버렸고 오히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무슬림 혐오 주장을 펼쳐 왔으며 AfD 지지를 밝혔다. 용의자는 독일의 관대한 이민 정책에 대해서도 "유럽을 이슬람화"하려는 의도라며 비판해 왔는데 이는 극우의 주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AfD는 용의자가 이 정당의 이슬람 혐오 이념에 경도돼 있었다는 것을 지우고 사건 직후부터 이를 이민자 혐오 선동에 이용하고 있다. 마그데부르크에선 사건 다음날부터 이민자 추방을 뜻하는 이민자 추방을 뜻하는 극우 쪽 용어 "재이민(remigration)" 현수막을 내 건 극우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23일 집회에서 작센안할트의 AfD 지도자 얀 벤첼 슈미트가 "우리는 더 이상 전세계에서 온 미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경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도이체벨레는 22일 AfD 집회엔 독일 전역에서 모인 수백 명의 네오나치(신나치주의자)도 합류해 금지된 나치 선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집회에 모인 이들은 연신 "(이민자) 추방"을 외쳤다.

바이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성탄 시장 공격이 "통제되지 않은 이민"으로 인한 결과라며 "제한적 이민 정책과 일관된 추방"을 주장했다.

이미 이 지역 이민자와 외국인들은 신변 위협을 느끼고 있다. 도이체벨레는 작센안할트의 폭력 및 극단주의 방지 단체 살람(SALAM)이 우익 극단주의자들이 자신들이 '외국인'으로 판단한 이들에 대한 공격 횟수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살람 쪽은 극우가 "자신들이 이주민이라고 믿는 이들을 '테러범', '범죄자', '하층민'으로 낙인 찍고 일부 괴롭힘이나 침을 뱉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위협이 심해지며 이민자 공동체에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공장소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극우 시위에 맞선 추모 시위도 벌어졌다. 도이체벨레, 알자지라를 보면 23일 마그데부르크에서 "증오에 기회를 주지 말라"는 반극단주의 기치 아래 수백 명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 잔혹한 행위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 모두는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의회에서 불신임되며 독일은 내년 2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건이 정치권이 민감한 시기에 일어나며 극우가 빠르게 반응 중이라는 평가다. 사건이 일어난 작센안할트를 포함한 독일 동부는 AfD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AfD는 지난 9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동부 주들인 튀링겐에서 1위(지지율 32.8%), 브란덴부르크에선 2위(29.2%), 작센에서도 2위(30.6%)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확인했다.

주말 미국 뉴욕에서도 이민자에 의한 방화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 이민자 추방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쪽 인사가 이민자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을 부채질했다.

23일 <뉴욕타임스>(NYT),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전날 뉴욕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의 옷에 라이터를 사용해 붙을 붙여 숨지게 한 과테말라 출신 불법 이민자 세바스티안 자페타칼릴(33)에 방화 및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보도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고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피해 여성은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숨졌고 용의자는 범행 6시간 만에 체포됐다. 경찰은 피해자와 용의자 사이 사건 이전 접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 중이다. 미 당국은 2018년 미국 불법 입국 뒤 추방된 용의자가 이후 재차 불법 입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국경 차르(국경 문제 총괄 책임자)'로 지명한 톰 호먼은 23일 미 폭스뉴스에 "불법 외국인이 미국 시민을 살해한 또 다른 사례"라며 조 바이든 정부의 "느슨한 이민 단속"으로 "역사적 숫자의 범죄자 외국인들이 거리를 활보 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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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에서 극우 시위대가 이민자 추방을 뜻하는 극우 쪽 용어 "재이민(remigration)"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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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독일 동부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 성탄 시장(크리스마스 마켓) 차량 돌진 공격 뒤 마련된 추모 공간에 꽃과 촛불이 놓여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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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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