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 제출 보류 이유를 밝히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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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오후 5시30분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했지만, 26일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임명 동의가 이뤄졌을 때 한 대행이 이들을 즉시 임명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명을 거부하면) 27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보고될 것”이라며 “26일이 마지막 기회다.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내란 종결에 적극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은 발의되지 않았지만, 정국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할 만큼 급변의 연속이었다.
당초 민주당은 24일까지 내란ㆍ김건희 특검법(쌍특검법)을 공포하지 않으면 한 대행을 탄핵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와 관련, 한 대행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쌍특검법을 상정하지 않고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을 현명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여야 협상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본령은 이견을 조정해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다. 정치가 그 역할을 해주시길 간곡히 바란다”며 “여야가 타협안을 갖고 토론하고 협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총리의 말은 시간을 지연해 내란을 지속한다는 것 외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며 “내란 대행 한 총리의 탄핵 절차를 바로 개시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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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도 나섰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든, 수용하든 권한대행이 판단할 일이다. 한 권한대행이 그 판단을 미루기 위해 ‘견해 충돌’이라고 표현한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도 정치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9인 체제 헌법재판관 구성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한 바이기도 하다”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이 정치 협상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은 것은 국회가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을 선출해서 보내면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오후 3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 대행의 탄핵 추진 당론이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 대행의 총리 시절은 물론이고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권한대행 시기까지도 탄핵소추 사유로 포함시켰다. 총리로서는 ▶순직해병ㆍ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재의요구권) 건의 ▶12ㆍ3 비상계엄에 적극 가담 ▶한덕수ㆍ한동훈 체제서 권한행사 시도 등 세 가지, 권한대행 신분으로서는 ▶내란특검 후보 추천 의뢰 지연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등 두 가지를 포함해 총 다섯 가지를 탄핵소추 사유로 들었다. 의총 직후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오늘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지금 발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탄핵안은 26일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한덕수는 특검법 공포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든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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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오후 5시30분 민주당은 입장을 돌연 뒤집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소추안을 접수하는 국회 의안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26일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고 그 이후 한 총리가 (임명)하는 것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 보고 시점도 확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6일 본회의에서 헌법재판관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바로 한 총리 탄핵안을 보고하면 타이밍상 너무 촉박하다”며 “한 총리에게 태도 변화를 요구하려면 며칠간 시일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단 총리에게 기회를 주고, 탄핵 추진에 대한 명분을 최대한 쌓는 쪽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이구치 카즈히로 서울재팬클럽(SJC) 이사장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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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민주당의 입장 변화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탄핵 이후 국정 마비에 대한 역풍을 뒤늦게 우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에 이어 권한대행인 총리까지 탄핵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현실적으로 헌법재판관 임명이 시급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으로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 앞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인용을 최대한 빨리 끌어내는 게 급선무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오후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는 국회가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절차를 밟고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취지로 민주당 원내지도부에 권고했다고 한다.
여당은 강하게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말을 듣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시도 때도 없이 협박하는 민주당의 겁박 정치가 극에 달했다”며 “조폭과 다름없는 행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무위원 탄핵 기준인 재적 의원 과반(151명) 찬성으로 한 대행 탄핵안을 통과시킬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거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 탄핵안 가결 정족수는 국무위원이 아닌 대통령 탄핵(재적 3분의2 이상, 200석)에 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문희ㆍ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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