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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앵커칼럼 오늘] 폐족을 면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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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 백만 명 중에 당신만 보여. 나머지는 다 사라지고 사라지지…"

사랑에 눈이 멀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나는 나는 터널 비전이야. 오직 당신만 보여. 나는 당신을 향한 터널 비전…"

'터널 비전(Tunnel Vision)'이란, 차를 몰고 터널을 달리면 출구만 밝고 온통 컴컴해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입니다. 심하면 상황 판단과 대처를 못 합니다.

한 가지만 집착하다 낭패를 본다는 심리 용어 이기도 합니다.

전차 경주에서 흑마들이 눈 가리개를 했습니다. 곁눈질 말고 앞만 보고 내달리라는 겁니다.

승리는 그러나 눈이 자유로운, 벤 허의 백마가 차지합니다. 다른 소리에 동요하지 말라고 귀 가리개도 씌웁니다.

밀폐된 방에 한 목소리만 메아리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반향실)'처럼 말이지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입맛에 맞는 말만 귀담아듣다간 어떻게 되겠습니까.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스무 날이 넘도록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계엄 해제 표결에 대다수가 참가하지도 않았습니다.

첫 탄핵안 표결 때 집단 퇴장하는 행렬이 초라했습니다. 2차 탄핵안이 가결되자 '부역자를 색출하자'고 법석입니다.

한동훈 대표를 쫓아내고 '도로 친윤당'이 됐습니다. 친윤은 번번이 대통령의 역성을 들며 당내 평지풍파에 앞장섰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에 책임이 무겁습니다. 사과는커녕 일말의 반성도 변화도 거부한 채 민심과 담을 쌓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뭐가 되겠습니까.

2007년 대선에서 친노가 참패하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폐족(廢族)을 자처했습니다. 어른이 큰 죄를 지어 자 손이 벼슬을 할 수 없는 가문을 뜻합니다.

귀양 간 정약용이, 부인이 보내 온 빛바랜 다홍치마에 글을 썼습니다. 두 아들에게 '사람 구실을 하라'고 일깨웠습니다.

'무릇 폐족들은 서로 가엾이 여기기 마련이다. 서로 멀리 끊지 못하면, 반드시 함께 수렁에 빠진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권영세 의원부터 새겨들을 말입니다.

계파 색이 옅고 합리적이라는 평처럼, 벼랑 끝으로 치닫는 여당을 일단 멈춰 세워야 합니다.

12월 24일 앵커칼럼 오늘 '폐족을 면하는 길'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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