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대통령 연출로 주목 받았다. [사진 마인드마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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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치른 올해 미국에선 두 편의 영화가 논란을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사업가 시절 치부를 드러낸 ‘어프렌티스’(감독 알리 압바시)와 가상의 미국 내전 상황을 그린 ‘시빌 워: 분열의 시대’(이하 시빌 워, 감독 알렉스 가랜드)다. ‘어프렌티스’가 지난 10월 한국 개봉했고, 이어 ‘시빌 워’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두 작품 다 외국인 감독이 미국 자본을 투자 받아 연출했다. 둘 다 ‘트럼프 저격 영화’로 알려졌지만, 대선 당락에 결정적 영향은 못 미쳤다. 특히 영국 감독 가랜드의 ‘시빌 워’는 정치색이 반대인 텍사스주·캘리포니아주가 연합해 미국 대통령에 맞선다는 설정부터 “미국 현실 정치에 무지하다고 비판 받았”(벌처)다. 보수 텃밭과 진보 우세 지역이 손잡을 만큼 대통령이 저지른 심각한 잘못이 뭔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 탓에 “소재로 관심 끌려는 떠들썩한 영화”(뉴요커)라는 혹평도 나왔다. 인공지능(AI) SF ‘엑스 마키나’(2015), 남성성의 해악을 극대화한 공포영화 ‘멘’(2022) 등 감독의 전작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시빌 워’는 올 4월 먼저 선보인 미국에서 소재 자체로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 신흥 예술영화 명가 A24(‘미나리’, ‘성난 사람들’ 제작) 작품 최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개봉 2주 만에 제작비 5000만 달러(약 727억원)를 회수했다. 2021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 실패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무력 점거하는 등 양극화한 미국 정치 상황을 실전 같은 전시 액션에 실감나게 녹여낸 점도 흥행에 한 몫 했다.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극단의 미국 정치 속 실전 같은 액션 연출로 주목 받았다. [사진 마인드마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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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개봉이 11월에서 12월로 밀리며 뜻밖에 12·3 비상계엄 시국 영화로 재해석되는 추세다. 정치 갈등에 무장 군대가 동원되며, 환율 폭락, 물 부족 등 일상 근간이 붕괴하는 장면에서다. “우리도 미국인”이라는 기자들에게 총구를 들이댄 군인은 “어느 쪽 미국인”이냐고 무심히 되묻는다. 출신 지역이 생사를 결정짓고, 전쟁이 장기화하며 죽지 않기 위해 죽이는 목적 없는 살상마저 벌어진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은 백악관에 숨어 대국민 담화를 연습·방송하는 모습만 묘사된다. 대통령은 정부군의 압승을 근거 없이 주장하며, 이를 신(神)과 건국이념의 승리로 포장한다.
영화의 중심 인물은 대통령 특종 인터뷰를 위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4명의 종군기자다. 로이터 통신 사진기자 리(커스틴 던스트)는 동료 조엘(와그너 모라), 기자 지망생 제시(케일리 스패니), 뉴욕타임스 노기자 새미(스티븐 헨더슨)와 함께 포화 속을 뚫는다. 극 중 “워싱턴에선 기자들을 현장에서 사살한다. 우릴 적으로 본다”는 새미의 대사는 가랜드 감독의 세태 풍자가 담긴 것. 미국 매체 ‘벌처’ 인터뷰에서 그는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한다”고 풀이했다.
시사회로 미리 관람한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이 영화는 무섭다 못해 섬뜩하다. 아마도 현실 세계가 전쟁과 갈등으로 들끓기 때문”이라는 평을 남겼다. 15세 관람가.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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