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검거 경찰 출신… 김병철 경찰선교회 대표목사 인터뷰
진실 여부는 수사서 곧 드러날 것… 시련 발판삼아 더 좋은 사회 되길
형사정책, 피해자 아닌 피의자 초점… 피해자에 대한 국가지원 보완해야
경찰 출신인 김병철 목사는 “목사가 됐다고 나쁜 놈이 착한 놈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저 사람도 하나의 영혼인데 어떻게 하면 구제할 수 있을까’ 하는 전에 안 했던 고민을 하는 게 차이”라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아무 관계 없는 대다수 경찰 후배가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 게 안타깝지요. 이런 시련과 아픔이 더 좋은 나라, 더 좋은 사회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23일 서울 서초구 경찰선교회에서 만난 김병철 대표 목사는 “최근 공·사석에서 만난 경찰 후배들이 시국 상황 때문에 심정적으로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4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 시절 20명을 살해한 희대의 연쇄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한 그는 2011년 울산지방경찰청장(치안감)을 끝으로 은퇴한 뒤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2016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8년 경찰선교회 대표 목사에 추대된 그는 선교회를 통해 15만 경찰관에 대한 선교와 사회봉사, 순직·부상 경찰관과 범죄 피해자 돕기,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목사는 “최근 경기남부경찰청 성탄절 행사에 갔는데, 직원들 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굉장히 침울해 있었다”고 전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김준영 청장이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변에 200여 명의 경찰을 배치한 것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관련 부서들도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는 “진실 여부는 수사에서 가려질 테니 거기에 맡기고,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경찰 본연의 자세를 지킨다면 더 좋은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에 투입된 707특수임무단의 전신인 606부대 부사관 출신이기도 하다. 김 목사는 “우리 부대가 적어도 아시아권에서 가장 강력한 대테러 부대인데, 그런 부대가 본연의 임무가 아닌 일에 투입돼 정치적으로 휘말려 비난받고 있으니 후배 부대원들 심정이 말이 아닐 것”이라며 “지금 시대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부대원에 대한 비난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마 유영철 외에도 1990년대 ‘범죄와의 전쟁’ 때 무려 1600여 명의 조직폭력배를 검거한 ‘강력계의 전설’이다. 그는 “비록 목사 신분이지만 유영철 같은 흉악범들이 정말로 회개해 개과천선할 수 있는지는 솔직히 의문이고 알 방법도 없다”며 “이 때문에 그들의 범죄성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눌러줄 수 있는 교정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보다 범죄자 인권, 처우만 더 위하는 것이냐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 형사정책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에 초점을 두다 보니, 피의자 인권·처우는 계속해서 개선됐지만 피해자 구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평생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신체적 피해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힘들게 사는데, 비록 교도소지만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더 좋은 처우를 받는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범죄 피해자를 돕는 제도가 있지만 재판이 거의 끝날 때쯤이나 지급되는 등 가장 필요한 시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자에 대한 교정 시스템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범죄 피해자에 대한 국가 지원도 피해가 발생한 뒤 가장 빠른 시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합니다.”
김 목사는 “경찰 출신이다 보니 ‘왜 하나님은 저 악인에게 정의를 세우지 않느냐’는 물음을 종종 받곤 한다”며 “그 뜻을 알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피해자에게 조금 더 관심과 배려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그런 억울함도 많이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