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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직속상관 보고' 기본만 지켰어도 쿠데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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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 문란 켜켜이 쌓여 내란 획책으로
여인형 방첩사령관, 국감서 野의원에 이례적 고자세…"곧 세상 바뀔 것" 문자도
당시 신원식 국방장관, 3사령관-경호청장과 만찬 '패싱'에도 '관례' 두둔
이후 특전·수방사령관 등 육참총장 건너뛰고 국방장관 직거래 '비상계엄' 선봉장
준장급 전방 탱크부대장조차 휴가 내고 상부 보고 없이 정보사 사무실 회합 '군기문란'
노컷뉴스

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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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었다고 할 말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더 XX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진즉에 위험했다. 그는 지난 10월 8일 군사법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에게 이같이 쏘아붙였다.

계엄령 준비 의혹과 관련한 여인형 방첩사령관에 대한 질의를 방어하는 가운데 나온 엄호사격이었다.

방첩사는 45년 전 12.12 군사 구데타의 주축이었고 이후에도 기무사 등으로 이름을 수차례 바꿔갈 정도로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존재였다.지난 8월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돌연 낙마하고 김용현 경호처장이 군권을 잡으면서 방첩사를 둘러싼 우려는 더욱 커졌다.

새로 부임한 김 장관은 군부 내 친정체제를 더 강화하는 한편, 원래 친화적이었던 야당과의 관계는 아예 적대적으로 전환했다. 'XX'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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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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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듯 여인형 사령관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야당과의 말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장관급 국무위원도 감히 하기 어려운 태도에 여당도 의아해했다.

그는 3성 장군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고자세로 일관했고, 야당 의원에게 "곧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비슷한 시기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답변이었다.

그는 여인형 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 및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당시 김용현 경호처장 공관에서 비밀리에 만찬회동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옹호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관례일 뿐 법적 근거가 없고 직전 정부에서 이미 사라졌으며, 심지어 자신에게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모임을 두둔한 것이다.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더 적나라하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신원식(육사 37기)-김용현(육사 38기) 간 불화는 꽤 유명하다. 사적인 자리에선 상대방을 언급하는 것조차 불편해 한다는 후문이다.

구체적 시점은 불분명하지만 이번 내란 사태를 앞두고도 두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야!" 하는 지칭과 욕설을 섞어가며 크게 언쟁을 벌였다는 믿을 만한 소문도 있다.

그 졸렬한 싸움의 잘못이 누구에게 있건, 중요한 것은 12.3 사태의 불씨가 늦어도 그때부터 시작됐다는 점이다. 그때 조금만 신경을 기울였다면 능히 막을 수 있는 불상사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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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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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당시 국정감사에서 김용현 경호처장과의 만찬회동 사실을 직속상관인 신원식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그럼에도 '패싱' 당한 신 장관은 오히려 '관례'라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이는 석 달 뒤인 12.3 내란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에게 국회 장악과 관련한 지시를 비화폰으로 실시간 하달했다.

그들의 직속상관인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은 철저히 무시됐다. 박 총장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3일 밤 졸지에 계엄군의 '바지 사장'이 됐고, 전속 부하 4명과 함께 합참 지하 4층의 계엄 사령부 사무실을 채 완비하기도 전에 계엄이 해제됐다.

국회에 최정예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방사령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직속 상관인 박 총장에는 어떤 식으로든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는 상명하복 이상으로 보고체계를 중시하는 군의 원칙에 정면 위배된다. 급박한 작전 환경에서 명령을 부여받은 하급 지휘관과 달리 나름 숙고할 시간이 있던 장성급 지휘관들로선 면책의 논리가 희박하다.

노컷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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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의 진상이 밝혀질수록 뒤늦게 떠오르는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직속상관인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에게 김용현 장관의 불법적 지시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비밀 준수' 차원이었다고 변명했다.

군 정보계통의 은밀성을 감안하더라도 장관-국방정보본부장-정보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최소한의 단계마저 무시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다보니 북한 전차부대의 기습 남침을 1차 저지해야 할 구삼회 육군 제2기갑여단장마저 상관(1군단장) 보고도 없이 휴가를 내고 내란 사태에 가세한 혐의가 짙다.

국방부 핵심 부서인 국방정책실의 방정환 차장(준장) 역시 비상계엄 당일 오후 반차를 내고 판교 정보사 100여단 사무실로 향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국방부가 이들에 대해 아직까지도 직무정지는 물론 업무배제 조치조차 취하지 않는 것이다. 국방부는 사법당국 조사에 맞춰 처리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앞서 직무정지한 특전사령관 등과의 형평과도 위배된다.

국방부는 그 사이에 이번 사태의 핵심 중요 증거가 인멸되고 있다는 우려에도 애써 눈을 감고 있다. 군기문란이 거듭되는 상황을 묵인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9월 항명 혐의를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당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직권으로 보직해임하고 국방부가 즉시 승인한 사례와도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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