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단·與 시간끌기…"내년 증원 백지화 현실성 없어" 비판도
이주영 의원 "정부, 내년에도 똑같은 핑계 댈 텐데 플랜B 있나"
지난 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4.1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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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유리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입학시험 정시 모집이 일주일 남은 상황에서 내년 의대 신입생 입학정원이 정부 구상대로 사실상 확정되는 것과 관련해 의료계가 "의료 현장 파탄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의 대화 창구가 차단된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 사태가 해를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이 탄핵·수사로 멈춰 서면서 정부 측 입장을 설명하고 대변할 대표 주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탄핵을 계기로 의사 단체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 가는 반면에 정부 측은 급격히 구심점이 허물어지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상대가 없는 대화를 이어가기는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국회를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해 보려고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탄핵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의료개혁 등 윤석열 정부의 개혁정책들이 실종됐다는 평가 속에 일각에서는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의협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공개토론회 개최를 거부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권 원내대표는 "의협의 새 지도부 선출 이후 여야의정 협의체를 새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며 민주당과 의료계가 추진하는 공개토론회를 사실상 거부했다. 공개 토론회에는 전공의, 의대생을 포함해 의대 교수, 학장,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참석할 계획이었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도 여당도 문제 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 그런 협의체는 알리바이용 협의체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현 의학교육과 의료현장 파탄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과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향해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 단절과 관계 악화 속에 26일 수시 추가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된다. 이후 수시 모집 미달 인원이 정시로 이월되고, 31일 정시 모집이 시작되면 내년 의대 신입생은 1509명 증원된 4567명으로 확정된다.
이날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의대 합격자 10명 중 7명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증원에 대한 여파로 중복 합격 수험생이 늘어나 등록 포기자가 증가한 것이다.
의료계는 '정시 이월 중지'를 요구하며 의대 신입생 정원을 미세하나마 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법령상 '천재지변'이 아니면 공표된 사항은 바꾸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증원 조정을 논의할 기한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완강한 교육부 입장에, 이날 한 지역의사회장 A 씨는 "사실 2025년도는 이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의사회장 B 씨도 "그렇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 이만희 의원,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이종태 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24.1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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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일각에서는 현실성 없는 '2025학년 의대 증원 백지화'나 '정시 이월 중지' 등에 매달리기보다 내년 의대증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악화될 교육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2026년도 의대 신입생은 몇 명을 뽑아야 할지를 논의하는 게 급선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빨라야 내년 3월에 나온다고 할 때, 탄핵 인용 시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내년 5월이나 6월은 되어야 새 정부 윤곽이 드러날 예정인데, 정부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올해 5월 30일 발표했었다. 이 일정대로라면 내년에도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이 2026년도 대입전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2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참석한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지금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만약 증원이 계획대로 됐을 때의 플랜 B에 대해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대비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2026년 정원에 대해 5월 지나면 못 한다는 핑계를 똑같이 댈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음날 초로 예정된 차기 의협 회장 선출을 계기로 정부와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어차피 비대위는 이제 활동이 마감된다. 신임회장단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에 따라 물꼬는 트일 수 있을 거다. 회원들도 취임 초기에는 조금 너그럽게 기대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주영 의원 말처럼 플랜B를 어떤 식으로 잡는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거라 보인다"고 밝혔다.
새해에는 의정갈등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의협 회장 후보자들에게 향후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물었으나 5명의 후보 모두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 꺼렸다. 다만 정부의 사과와 함께 의대 증원 강행에서 비롯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후보자는 "권성동 협의체는 한동훈 협의체와 똑같은 거다. 실제로는 아무 알맹이도 없고 대책이 없다"며 "해결책이 없다면 협의체에 참여할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증원은 절차적으로 진행될 거다. 다만 정부가 문제점과 부작용을 예상하지 않고 진행하는 건 현 (의료) 시스템이 망가져도 좋다는 암묵적 동의라고 본다"며 책임소재의 화살을 정부 측에 돌렸다.
ur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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