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양 물량 중 3만가구 내년 이월…분양 광풍 속 나름 선방
내년 정비사업 물량 50% 이하로…수도권 등 주요 정비사업 물량 소진
3기 신도시 본청약 최대 19개월 지연 |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오예진 기자 = 내년 민간 아파트 분양 전망이 2000년 이후에 최저치인 15만(미확정 물량 포함 시 16만·부동산R114 집계) 가구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에는 전반적 경제 상황에 더해 공사비 상승, 정책 이행력 문제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의 경우 이른바 분양 광풍 등으로 이월물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나름 선방했지만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복합적 이유 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내년 상황은 올해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의미다.
특히 2026년부터 전체적인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민간아파트 분양마저 역대급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시장 자체가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4년 시도별 분양계획 대비 분양실적 |
◇ '청약 광풍' 속 올 분양물량 3만가구 내년 이월…지방 사업장 어려움 심화
올해 분양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이 유행한 가운데 서울에는 '로또 청약' 광풍이 불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 접수를 하는 인원이 몰리며 1~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경쟁률은 154.5대 1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경쟁률(57.36대 1)의 2.7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25일 연합뉴스가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와 공동으로 25개 주요 시공사의 내년도 분양 물량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민간 아파트 시장에도 당초 계획 물량(26만5천439가구)의 83.7% 수준인 22만2천173가구가 분양돼 비교적 양호한 수준의 공급이 이뤄졌다.
이는 2020년(91.7%)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이다.
권역별로 수도권이 계획 물량의 89%를 달성하며 분양 이행률이 가장 높았다. 광역시(75%)와 기타 지방(78%)의 성적도 비교적 괜찮았다.
다만 세종은 당초 계획한 421가구를 공급하기로 계획을 잡았으나 실제로는 한 건도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분양 계획에 포함됐다가 내년으로 계획이 미뤄져 이월된 물량은 3만6천231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내년 전체 분양 예정 물량(14만6천130가구)의 33% 수준이다.
지역별 이월 물량은 수도권(1만8천167가구)이 50.1%, 지방(1만8천64가구)이 49.9%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지방의 이월 물량 비중은 지난해(44%)보다 증가해 지방 사업장의 어려움이 심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느티마을4단지, 인천 중구 인천영종국제도시 디에트르 등의 분양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2025년으로 분양 계획이 이월된 주요 아파트 |
◇ 10대 건설사 분양 급감…자체 사업 늘고 정비사업 비중은 줄어
시공 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분양실적은 분양계획 대비 77%로 집계됐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은 계획 물량의 59%를 달성하는 데에 그쳤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의 실적은 계획 대비 평균 99%에 달했다.
10대 건설사의 내년 분양 계획 물량은 10만7천612가구로 올해(15만5천892가구)의 69% 수준으로 집계됐다.
분양 계획 변동과 관련해서는 축소 6곳, 유지 3곳, 확대 1곳으로 집계돼 축소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아파트 분양 물량 중 자체사업(도급포함)은 53%(7만7천157가구), 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은 47%(6만8천973가구)로 집계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물량이 소진되며 정비사업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천 가구 이상 대규모 정비사업은 서울에서는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천97가구)가 유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역시 고양원당 더샵포레나(2천601가구), 의왕고천나 재개발(1천913가구), 딸기원2지구 재개발(1천96가구) 정도만 계획돼 있다.
10대 건설사 2024년 대비 2025년 분양 계획 |
◇ 내년 역대급 분양 한파 배경은 복합·구조적…"장기 침체기로"
내년 25개 주요 시공사가 계획하고 있는 분양 물량 14만6천130가구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저 실적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환경 규제 등으로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사업성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정부의 정책 이행력 부족이 겹치면서 역대급 분양 한파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특히 연립, 다세대 등 다른 유형의 주택을 포함한 전체 입주 물량이 2026년부터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3년 이후 입주로 이어지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 공급이 대폭 감소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 쇼크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탄핵소추 사태에 따른 정책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부동산 정책 동력이 사라질 경우 시장 침체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2025년 아파트 분양시장은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정책적, 경제적, 구조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역대 최저 물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는 입주 물량의 부족과 함께 분양시장이 장기침체의 기로에 놓였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정부와 건설업계는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공사비 조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면서 "흔들림 없는 정책 집행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은 내년 분양시장의 한파를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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