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7 (금)

“한국 생존하려면 무역 전문가 필요한데”...통상인력 숫자 미국의 3분의 1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형 무역위원장 인터뷰

덤핑·불공정무역 25건 신고
“트럼프2기 분쟁 더 늘어날것”

국제통상 전문가 확보 시급
미국·EU는 130명 넘는데
한국은 오히려 줄어 44명뿐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무역위원회는 2024년이 역대 가장 바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중국발 저가 밀어내기로 철강과 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 기업들이 피해를 호소하면서 줄줄이 무역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덤핑과 불공정 무역행위를 신고하기 위해 무역위를 찾은 것은 올해 25건으로 1989년 이후 36년 만에 가장 많다.

이재형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 국제통상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매일경제와 만난 이 위원장은 “미국 상무부에서 덤핑·보조금 관련 조사를 수행하는 인원은 300여 명에 달하고, 산업 피해와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등을 맡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인력도 190여 명에 이른다”면서 “한국 무역위원회 인력은 44명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연합(EU)도 130여 명, 중국도 70여 명인데 우리 인력은 그마저도 2007년보다 10명이 줄었다”고 했다.

또 그는 “우리나라는 통상 담당 공무원들이 순환보직 형태로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일이 허다하다”며 “국제무역 업무와 통상 업무는 날이 갈수록 전문화·고도화되는데 우리는 한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공급과잉 역시 이 위원장이 주목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다. 글로벌 철강산업의 과잉 설비율은 41.8%에 달하고, 화학산업의 과잉 설비율도 25.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우리의 주력 생산·수출 품목에는 이미 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글로벌 공급과잉과 미국 EU 등 주요국의 무역구제조치 강화 등으로 우리나라에 저가 철강과 석화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며 “최근 2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 시장 성장과 함께 국내외 기업 간 경쟁 심화로 특허분쟁이 증가하고, 분쟁 내용도 복잡 다양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역위원회가 무역 상대국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기업들 불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무역위 조사와 결정 과정에서 국내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고,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되고 결과도 공개된다”면서 “국내법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의 신뢰를 위해서 우리 무역위원회도 세계무역기구(WTO)의 룰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무역위의 최근 조사 판정이 국내 산업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반덤핑 제소 이후 덤핑방지관세 적용까지는 1년이라는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기간 불공정 행위에 노출되는 우리 기업을 위해 잠정 덤핑방지관세를 적극적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반덤핑 관세 부과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변동적이었는데, 최근에는 5년 부과원칙도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한 달 앞두고 현재와는 전혀 다른 통상 환경이 전개되고 올해보다 더 큰 무역분쟁의 파고가 휘몰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압승을 거두고 미국 의회도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했다”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되고, 다자무역 체제의 퇴조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나라 국제통상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지난 8월 무역위원장에 임명되기 전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에 대한 협상 자문은 물론, 일본 수출 규제와 쌀 관세화 같은 굵직한 통상 현안에 대한 정책 자문을 도맡아왔다.

그는 “위원장직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는 그 책임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로 며칠간 고민했다”며 “공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사건 하나하나가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참 크다는 걸 알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