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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아직도 트리 꾸미니? 난 강아지 꾸며”…요즘 펫팸족 크리스마스 신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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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트리 모양 옷 입혀
인스타에 성탄절 인증샷 유행
연예인 사진으로 트리 꾸미기도


매일경제

장신구를 이용해 트리처럼 꾸며진 강아지의 스튜디오 촬영 모습. [사진=독특한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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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작은 트리를 사서 꾸몄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사지 않았어요. 결국 쓰레기가 되더라고요. 그 대신 키우는 고양이에게 산타 모자와 목도리를 입히고 사진을 찍어 기념하기로 했어요.”

연말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가득 메우던 크리스마스트리 ‘인증샷’ 자리를 반려동물이 채우고 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크리스마스트리 삼아 꾸미는 ‘반려동물 트리’, 연예인 포토카드(포카)로 가상의 트리를 만들어 인증하는 ‘포카 트리’가 올해 새로운 트리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달라진 소비 습관과 불경기가 만들어낸 새로운 유행이다.

24일 인스타그램에 ‘강아지트리’를 검색하자 인증 사진 수백 장이 떴다. 키우는 강아지 사진을 트리 모양으로 보정하거나 강아지를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꾸민 사진들이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강아지 트리 사진을 올린 김지현 씨(25)는 “SNS에 강아지 트리 피드가 많이 올라와 따라 해봤다”며 “강아지와 함께 만들었다는 생각에 실제 트리보다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트리가 인기 있는 이유로 우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를 꾸며 독창적인 트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판에 박힌 기존 크리스마스트리와는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다. 강아지 트리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김진웅 독특한스튜디오 대표(36)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반려견에게 트리 모양 의상을 입히고 사진을 남기려는 손님이 많다”며 “반려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해 특별하게 기념하려는 욕구에 수요가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비용이 드는 스튜디오 촬영 대신 애플리케이션으로 직접 반려동물 사진을 꾸며 인증하는 방식도 인기다. 직장인 김수희 씨(29)는 “스튜디오에 갈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던 차에 반려동물 트리를 알게 됐다”며 “간단히 편집만 하면 돼 우리 집 강아지 사진으로 빠르게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키우는 고양이를 산타 소품으로 꾸며 인증 사진을 남긴 직장인 민 모씨(30)는 “실제 트리는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공간을 차지하고 처리가 힘들다”며 반려동물 트리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연예인 포토카드를 이용한 ‘포카 트리’도 새로운 크리스마스트리 트렌드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포토카드를 트리 모습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배우 김지원과 김수현의 포토카드로 트리를 만든 중학생 김시아 양(14)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이건 유명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양은 “좋아하고 아끼는 소중한 배우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 같고, 치우기도 편해 공간 효율적인 게 장점”이라며 “주변 친구들도 따라서 올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트꾸(트리 꾸미기)’ 유행은 경기 불황 상황에서도 ‘나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소비 행태라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Z세대에게 만연한 모디슈머(Modisumer) 현상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모습에서도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디슈머란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의 합성어로, 기존 제품을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뜻한다. 이 교수는 “경기 침체, 불안한 정국으로 소비 심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기존 물건을 활용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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