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을 인류와 함께한 스포츠 중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를 하나 골라야 한다면 축구일 것이다. '대한민국 4강 신화'에서 '월드클래스 손흥민'까지 유망주였던 10대 선수가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가 되기까지, 이런 성공담은 웹소설 스포츠물을 즐겨 읽는 독자에겐 흔한 서사다. 「축구천재로 오해받는 중입니다」에서는 벽을 뛰어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스스로 세운 벽이다.
웹소설 중 스포츠 장르는 주인공의 성장과 성공을 다룬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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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현 작가의 웹소설 「축구천재로 오해받는 중입니다」는 이탈리아로 축구 유학을 떠난 10대 소년 '이지안'의 성장 일기다. 이지안은 '축구 지능'이라는 독보적인 잠재력을 가지고도 여러 트라우마가 겹치면서 개화하지 못한 불운의 주인공으로 소개된다.
어린 시절 손꼽히는 유망주로 주목받아 이탈리아로 넘어온 그는 낯선 땅에 적응하지 못했고, 축구에 재미를 붙이지도 못한 채 거의 2년이란 세월을 날렸다. 이유는 순전히 심리적인 요인이었다. 이제 막 16살이 된 그에게 매 경기 찾아오는 부담과 압박은 소년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수준이었다.
이지안은 그라운드 밖에선 엄청나게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주목받는 것도 싫어하고, 굉장히 내성적이었다. 특히 부담과 압박을 받는 걸 병적으로 싫어한다고 들었다.
「축구천재로 오해받는 중입니다」 중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의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그로 인해 승부가 두려웠고, 자신의 노력을 무가치하다고 여겼다. 시간이 흘러 이젠 축구가 싫어졌고, 무기력해졌다. 그렇게 흘러가듯 시간을 죽이며 몇년을 보냈다.
「축구천재로 오해받는 중입니다」 중
그러다 어느 날 이지안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발단은 사소한 거짓말이었다. 그에게는 '김지우'라는 소꿉친구가 있었는데, 이지안은 이탈리아에 와서도 그녀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연락할 때마다 자기를 챙겨주며 걱정하는 소꿉친구를 안심시키려 뱉은 거짓말들은 점점 불어나 감당하기 힘든 허세가 됐다.
어차피 한국에서 자신의 진짜 상태를 들킬 염려는 없을 테니 이지안에게 그런 거짓말은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올 게 오고야 말았다. 소꿉친구가 2주 뒤에 이탈리아로 찾아온다는 게 아닌가. 심지어 몇개월씩이나 있을 거라며 좋아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지안은 거짓말이 탄로 나지 않도록 2주 안에 어떻게든 주전이 돼, 경기에 나가, 골까지 넣어야 한다. 죽어도 거짓말이 들통나는 건 싫은 만큼 이지안은 주저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단히 애를 쓴다.
「축구천재로 오해받는 중입니다」 중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항상 승리할 수도 없고, 패배에 익숙해져서도 안 된다. 모두가 자신의 최선을 다해서 승부에 임하는 것, 거기서 스포츠물이 강조하는 '노력'의 가치가 시작된다. 작가는 이지안이라는 소년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이지안이라는 소년이 이전까지의 암울한 과거를 극복하고, 내면의 성장을 일궈냄으로써 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넘어선 감동과 에너지를 선사한다. 이는 웹소설 바깥에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과 위로의 응원이다.
[사진 | 펙셀, 자료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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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묘미는 단순히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는 주인공의 일대기를 통해 느끼는 대리만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을 '진정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이야기의 힘이 공존하는 소설이다. 소년은 그 응원에 힘입어, 라이벌과 맞대결을 벌이고, 존경하는 선수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
마치 주인공의 일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세심한 내면 묘사는 다른 스포츠물 웹소설과 구별되는 이 작품만의 특색이다. 독자는 이지안이라는 10대 소년이 빛나는 청춘 속에서 우여곡절을 보내며 어떻게 어른으로 성장하는지 살펴보며 뿌듯함을 느낀다.
또한 선수가 그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앞을 막아서는 한계에 도전하고 분투할 때, 응원하는 팬들은 제3자로서의 대리만족을 넘어선, 값진 희망과 위로를 선물 받는다. 소년의 도전을 빛내는 응원, 기다림 끝에 찾아온 성장, 그리고 그 성장을 함께 기뻐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현실이라는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독자들을 향한 응원의 함성일 것이다.
민성문 광주대 웹소설창작연구소 연구원
이기호 광주대 문예창작과 교수
mc26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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