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핵심 ‘행동대장’… 계엄 모의 정황
외환죄는 대통령도 소추하는 중범죄
野, 윤석열-김용현 외환죄 적용해 고발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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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12·3 비상계엄’ 계획과 관련 북한이 남한을 공격토록 유도한다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되면서 윤석열 대통령 등 계엄핵심 세력들에 대한 ‘외환죄(外患罪)’ 적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외환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 두가지밖에 없을만큼 무거운 중범죄다. 공소시효도 없다. 다만 처벌 전례가 극히 적다. 위반 사례 자체가 희귀하고, 국가보안법·내란죄 등과 범죄 양태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외국으로 볼 것이냐는 대목은 헌법상 영토조항과 대립한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을 외환죄 중 일반이적죄를 적용,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외환죄는 내란죄와 함께 현직 대통령 신분이라 하더라도 형사소추를 받게 되는 중범죄다. 쉽게 설명하면 외환죄는 외국과 공모해 한국을 공격하게 만들거나 전쟁을 벌이거나 공격을 돕는 등의 범죄 행위를 가리킨다. 내란죄는 국내에서 국가변란을 시도하는 것으로 형법상 내란죄는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규정된다. 외환(外患)을 한자로 풀어쓰면 ‘바깥 외(外)’자에 ‘근심 환(患)’자다. 이를 글자 그대로 풀면 근심을 국내로 들여 오는 행위로 해석된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계엄 선포 이틀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문상호 사령관 등과 함께 계엄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JTBC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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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죄는 ▷외환유치죄(外患誘致罪) ▷모병이적 ▷시설제공이적 ▷시설파괴이적 ▷물건제공이적 ▷일반이적 등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 대통령을 고발한 항목은 ‘일반이적죄’로 이 죄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행위를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환유치죄는 대한민국이 ‘전단을 열게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전단을 열게한다는 의미는 전투 행위를 개시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야권이 윤 대통령을 외환범으로 규정한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하도록 유도했다는 정황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경찰은 최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60페이지짜리 수첩을 발견했는데, 수첩 기록 내용 중에 ‘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는 외환 가운데 ‘외환유치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으로 이 범행이 확정될 경우엔 범인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한 뒤인 지난 6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상에서 대대적인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사용된 무기는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 최첨단 무기 290여발이었다. NLL 일대에서 포사격이 중단된 것은 거의 7년이 됐는데, 이후 대대적인 훈련을 전개한 것이다. 2달뒤인 올해 8월에는 연평도 주둔 해병대에서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를 390여발 발사했다. 지난 11월에도 정부는 호국훈련의 일환이라며 백령도에서 K-9 자주포 200여 발을 발사했다.
NLL을 사이에 두고 남북 사이엔 실제로 국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군은 연평도 육지를 향해 해안포 등 모두 200여발을 발사했고,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당시 북한이 문제 삼았던 것은 남한이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발사한 일부 포탄이 NLL 경계를 넘어 북측 지역 해상에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실제 국지전이 벌어졌던 곳에서 또다시 군이 포사격 훈련을 감행한 것은 도발 유도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북한 평양 상공에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떴던 사건 역시 북한을 자극해 남한 공격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0월 8일 평양에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했는데, 무인기를 분석한 결과 무인기가 처음 이륙한 장소가 백령도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방부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NCND)’고만 밝히고 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을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행동들이 있었다. 정보사가 백령도에 가서 무인기를 날리고, 방첩사가 이것을 기획하고 드론사령부 운영요원들이 함께 갔다”고 제보 내용을 소개했다.
북한이 날리는 오물 풍선에 대해 원점 타격 역시 ‘공격 유도용’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상계엄 핵심 지휘를 맡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월 용산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김명수 합참 의장에게 ‘오물풍선 부양 원점 타격’을 지시했으나 이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성남 판교 정보사 사무실에 북파 공작 부대(HID) 요원들이 대기를 하고 있었던 것도 남한 내 소요를 일으켜 이를 북한 소행으로 몰기 위해서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북한 군복 발주가 나왔던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 군복 발주는 10년만인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이 지난 10월 11일 “한국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발표하며 공개한 무인기.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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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외환죄의 경우 법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환죄가 인정돼 대법원으로부터 형을 확정받은 사례는 아직 한건도 없다. 이유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례 등과 법리 구조가 경합을 벌이기 때문이다. 외환죄로 이해될 수 있는 지난 1997년 ‘총풍사건’의 경우에도 결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총풍사건은 15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 한나라당 측 인사 3명이 보수 표심 자극을 위해, 북한과 연락해 휴전선 무력시위를 요청했던 사안이다.
북한을 외국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란도 일부 있다. 헌법(3조)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부속도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북한의 경우 적어도 우리나라 헌법 상으론 외국이 아니다. 이 때문에 ‘외환죄’가 규정하고 있는 ‘외국과 소통하고 모의한다’는 규정만 놓고 보면 북한으로부터의 공격 유도를 외환유치죄로 처벌키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983년 간첩죄를 적용할 때엔 국가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북한은 우리 헌법상 반국가적인 불법단체로 국가로 볼 수는 없지만, 간첩죄의 적용에서는 이를 국가에 준하여 취급해야 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 북한을 국가에 준한다고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비교해 남북관계발전법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지위를 국가관계가 아닌 통일지향의 특수 관계로 명시한 법률인 셈이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9일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외환죄(일반이적)로 추가 고발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오물풍선 관련 원점 타격, (평양) 무인기 투입 방식으로 국지전을 도발하려고 하는 모의 정황이 보도된 바 있다. 사실상 군사적 공격에 대한민국이 노출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위험한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고 본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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