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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7㎞레일 따라 200분 냉각 일급 닭고기의 일급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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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하림은 공기 냉각 방식으로 7㎞에 달하는 레일에서 닭들을 200분 동안 돌리며 열을 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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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는 치킨은 512일 전부터 계획된 것입니다."

'닭고기 명가' 하림의 닭고기 생산은 닭 키우기부터 시작된다. 농장에서 공수받은 할아버지·할머니 닭(원종계)이 낳은 알의 관리가 출발이다.

알에서 태어난 부모 닭(종계)은 140일 동안 길러진 후 또 알을 낳는다. 부모 닭이 낳은 알은 육계 부화장에서 병아리가 되고 전문 농장으로 옮겨져 35일 동안 길러져 도계된다.

원종계·종계·육계 사육과 알 부화, 도계, 유통, 판매까지 더하면 치킨 1마리가 만들어지는 데 1년하고도 5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원종계부터 식탁에 오르는 닭고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통째로 관리하는 데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삼장(三場) 통합' 철학이 담겨 있다. 닭을 기르는 농장, 길러진 닭을 가공하는 공장, 이를 유통·판매하는 시장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따로 떨어진 이해관계자들을 한데 묶어 신선하게 닭고기를 관리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뜻을 함께하는 전국 계약 농가 수만 1167곳이다.

전북 익산시 망성면에 있는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는 김 회장의 삼장 통합 철학이 집대성된 곳이다. 지난 13일 방문해보니 13만5445㎡(약 4만972평)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에 곡선형의 세련된 공장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림은 하루 평균 60만~70만마리의 닭을 생산한다. 여름 성수기 생산량은 하루 120만마리에 달한다. 하림이 한국육계협회와 농림축산검역본부 데이터에 기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림의 닭고기 시장점유율은 34.5%에 이른다.

하림은 하림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를 2017년부터 3년간 2600억원을 투자해 2019년 최첨단 닭 가공 공장으로 다시 열었다.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엔 당연히 도계, 육가공 공정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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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종합처리센터 공정 모습.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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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장이 도계와 육가공 공정 장소가 각각 분리돼 있어 가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비해 하림은 당일 생산된 닭고기 원재료가 즉시 육가공 공정으로 옮겨진다. 닭고기는 '용가리 치킨', 소시지, 삼계탕 등으로 재탄생한다. 농장과 공장을 합친 셈이다.

도계의 첫머리라 할 수 있는 '가스 스터닝'은 하림만의 방식이다. 보통의 닭들이 전기 충격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간다면, 하림의 가스 스터닝은 이산화탄소 주입을 통해 닭을 기절시킨다. 평온하게 잠든 상태가 된다고 한다. 최대한 덜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도계하기 위한 하림만의 방식이다.

하림 측은 '잠든 닭'이 전기 충격으로 죽었을 때보다 잔여 혈액이 적어 육질도 좋다고 설명했다. 도계 과정에서 아무리 닭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더라도 근육이 경직되기 마련이다. 긴장된 근육을 전기 자극으로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티뮬레이션' 과정도 더한다.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다.

털이 벗겨진 닭들이 고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돌아가는 라인을 따라가는데 실내 온도가 바깥 날씨처럼 추워졌다. 온도를 8도로 고정한 작업장에선 방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바쁘게 닭을 나르고 있었다. 죽은 닭들은 빠르게 얼려야 신선도가 유지된다. 하림의 '에어 칠링'이다. 닭의 체온은 41도로 사람보다 높다. 이를 도계 후 세균 증식 등을 막기 위해 2도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갓 에어 칠링한 닭을 직접 만져봤더니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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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관계자는 "타사는 닭고기를 식힐 때 물을 통해 냉각한다"며 "물 냉각 방식을 통해 물을 머금은 닭은 육즙이 빠져나간다는 단점과 닭고기 간 교차 오염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하림은 공기 냉각 방식으로 최장 7㎞에 달하는 레일에서 닭들을 200분 동안 돌리면 열을 식힌다. 그 대신 피부는 쭈글쭈글해진다. 모양은 별로지만 이게 훨씬 좋은 닭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림은 닭고기 종합처리센터를 통해 동물복지와 친환경 기준까지 높일 수 있었다. 2600억원의 투자 비용 중 절반 이상은 동물복지 시스템 구축에 썼다. 전 공정에서 이 시스템이 작동한다. 원가가 많게는 10배 이상 늘 수 있지만 도계 과정에서 닭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닭의 고통을 줄이는 게 신선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길이기도 했다. 공장에서 나오는 닭 머리, 깃털, 내장, 뼈 등 닭의 부산물은 바이오 재생 공정을 거쳐 사료 원료, 연료 등 자원으로 활용된다.

[익산 이효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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