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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노트북 너머] 중국산 전기차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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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가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BYD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강자다. 그간 BYD는 국내 전기버스 시장을 장악하며 조용히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제는 국내 승용차 시장도 공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BYD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게 아니다. 과거에는 주요 자동차 업체들을 베끼는 ‘카피캣’으로 불렸다면, 이제는 자율주행과 배터리 등 핵심 기술력 분야에서도 오히려 경쟁업체들을 제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BYD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차를 제외하고 자국 브랜드 점유율이 90%가 넘는 곳이다. 게다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 또한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와 시장 환경이 비슷한 옆 나라 일본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도요타와 혼다 등 자국 브랜드가 94%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BYD는 조용히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1~9월 BYD는 일본에서 승용차 1742대를 판매했다. 절대적인 판매량 자체가 아직 많지는 않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6.6% 늘어난 판매량이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 중이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 진출을 안일하게 받아들여선 안 된다. BYD의 진출을 시작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중국산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노동조합이 똘똘 뭉쳐야 한다.

우선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중국산 자동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기술이 요구된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등에 있어서도 중국 브랜드에 밀리지 않기 위한 기술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사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서도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임금과 성과급 인상을 외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결국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이제는 업계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노사가 협력하며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가 중국 브랜드에 잠식되지 않도록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국산 전기차의 공습에 미국과 유럽은 관세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유럽처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카드를 쓰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

BYD의 한국 진출은 국내 전기차 시장에 큰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국내 업계가 혁신과 차별화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BYD의 진출은 오히려 전기차 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가 이 위기를 한 단계 점프할 기회로 삼게 되길 바란다.

[이투데이/강문정 기자 (kangm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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