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거래 선호하는 가입자 늘어
한투 이어 미래 ETF자동매수 도입
디지털·리테일 중심으로 조직개편
'고객과 접점 확대' 마케팅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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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말부터 퇴직연금 계좌를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실물이전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머니무브가 본격화된 가운데 증권가는 연금 계좌를 직접 운용하려는 개인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대형사 중심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적립식 자동매수 서비스를 도입하고 리테일·디지털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등 퇴직연금 실물이전 전쟁에 적극 뛰어드는 모습이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8월 업권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매수 서비스 가능 대상을 퇴직연금으로 확대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내년 5월 같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역시 해당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ETF 적립식 자동매수는 매월 일정 금액을 가입자가 지정한 ETF에 자동으로 매수해주는 것으로, 기존에는 개인연금에서만 가능했지만 퇴직연금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ETF 자동투자에 대한 요청이 꾸준히 있었다”며 “현재 이용고객이 2100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ETF 거래 편의성은 퇴직연금 실물이전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퇴직연금을 단순 원금보장성 자산이 아닌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추가수익을 원하는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 낮은 보수, 실시간 거래가 가능한 점 등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은 ETF의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탓에 증권사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크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액은 은행권이 210조 2800억 원으로 가장 크고 증권사(96조 5300억 원), 보험사(93조 2600억 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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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ETF 적립식 자동매수 서비스에 적극적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2개사에 실물이전 규모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제도 시행 후 약 지난 12일까지 양 사 합산 약 4500억 원의 실물이전액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에서 넘어온 자금이 60~65%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사 간의 고객 이전 비율도 35~40%로 적지 않았다.
ETF 선호 현상은 실제 고객들의 계좌에서도 확인된다. 미래에세셋증권 개인형퇴직연금(IRP) 잔고 5000만 원 이상 고객 중 수익률 상위 5% 고객들의 잔고 분석 결과 전체 잔고의 약 37%가 ‘TIGER 미국테크톱10INDXX’, ‘TIGER 나스닥100’, ‘TIGER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ETF 3개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상품의 20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66.09%, 41.09%, 38.71%다.
이처럼 개인들의 적극적 퇴직연금 운용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증권사들은 조직개편도 일찌감치 완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기존 기존 연금 1·2부문으로 돼있던 연금사업부문에 새롭게 연금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담당하던 박신규 부문대표를 선임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타깃으로 삼고 신설된 부서에 대외 소통이 능한 인물을 전진 배치한 셈이다. 삼성증권 역시 최근 조직개편에서 퇴직연금본부를 기존 자산관리부문에서 디지털부문으로 전격 이관하고 조직을 확대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층이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유입될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디지털 부문에서 퇴직연금 사업을 총괄하기로 한 것. 현대차증권도 최근 퇴직연금 경쟁력 제고를 위해 리테일본부 산하에 연금사업실을 신설해 관련 조직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퇴직연금 규모 상위 3곳의 이번 조직개편 키워드는 ‘리테일’과 ‘디지털’로 요약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증권사들이 퇴직연금을 미래 주요 수익원으로 낙점하고 사활을 걸고 있다”며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고객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효율적인 투자 대안을 제시하는 증권사가 실물 이전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147조 원에서 지난해 382조 원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말에는 420조 원을 넘어 2033년 9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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