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6 (목)

[매경이코노미스트] 트럼프 관세폭탄 대응전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대통령 취임일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워낙 상식에 구애받지 않는 이미지를 쌓은 덕에 앞으로 그가 어떤 정책을 펼칠지 수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공약대로 보편관세 10%와 대중국 관세 60% 또는 그 이상을 부과할지다. 트럼프는 지난달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최근에는 유럽연합(EU)이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구매에 나설 때까지 끝장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자신이 관세를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한 바와 부합하는 행동이다.

트럼프가 관세를 실제로 전방위적으로 도입할지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 관세 인상은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으로 이어져 미국민에게도 피해를 주며 미국 여론도 반대가 찬성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가 본질적으로 협상가이기 때문이다. 게임 이론에 따르면 최선의 협상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눈앞의 손해쯤은 무릅쓸 수 있다는 확실한 의지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가 불안해하는 상황을 보면 트럼프는 이미 성공한 듯 보인다.

우리는 트럼프와 같은 전략을 쓰기 어렵다. 감당할 손해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의 기본은 상대방과 나를 잘 알고 대비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지, 관세의 영향은 어떻게 나타날지, 우리가 힘을 보강하고 지켜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한국으로부터 가장 얻으려 할 성과는 무역수지 적자의 해소다. 트럼프 집권 이전 4년간 연평균 220억달러였던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그의 집권 기간에 165억달러로 낮아졌으나 조 바이든 정부 때 다시 높아져 389억달러에 달했다. 트럼프가 무역 적자 해소를 자신의 임기 동안 가장 차별화된 업적으로 세우려 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우리는 단기적 변화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는 방향에 역점을 두며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관세의 영향을 세부적으로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의 최신 연구에 의하면 관세 시나리오에 따라 전체 대미 수출은 9.3~13.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양상은 산업별로 다르다. 관세의 영향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는 판매 가격을 높여 우리 수출을 감소시키는 효과다. 이때 수출품이 필수재이거나 미국 기업이 대체하기 어려울수록 우리 손해는 적고 미국민이 부담하는 몫이 커진다. 같은 관세라도 반도체보다는 자동차나 2차전지 수출의 어려움이 크리라 예상되는 이유다.

둘째는 관세율이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될 때 발생하는 유불리 효과다. 중국에 더 높은 관세를 매기면 우리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식이다. 하지만 이 효과는 크지 않다고 예상되는데, 현재로서 한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하는 제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보편관세 10%, 대중국 관세 60% 시나리오에서 판매 가격 인상 효과로 제조업 수출이 10.4% 줄어드는 반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얻는 상쇄 효과는 1% 증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로서는 관세로 인한 피해 억제 이상으로 차제에 중국과의 미래 경쟁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상의 초점을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래지향적·전략적 협력 강화를 얻는 데 맞춰야 할 이유다. 타격이 클 부문을 뒷받침할 정책도 준비해야 한다. 전기차에 대한 내수 증진 정책이나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피해가 크리라 예상되는 전기·전자, 기계류 등에 대한 대비가 예가 될 수 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