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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투자의 창] 노후 준비에 미치는 인플레의 3가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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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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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 고혈압은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제에 있어 고혈압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우리의 자산 가치를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고혈압과 똑 닮았다.

최근 3년간 물가가 치솟으면서 우리의 삶은 한층 빠듯해졌다. 2021년 2.5%였던 물가 상승률은 그다음 해 5.1%까지 급격하게 올랐다. 지난해에도 3.6%를 기록하며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올 하반기 들어 점차 안정되고 있긴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장기적으로 점차 커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찰스 굿하트와 마모즈 프라단은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젊은 노동자는 대개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 반면 노인과 같은 피부양자는 생산하는 것보다 더 소비하기 때문이다.

노인의 인플레이션은 젊은이의 인플레이션보다 더욱 가파르고 충격이 크다. 인플레이션의 측정은 소비자 물가 지수를 바탕으로 한다. 노인 가구는 전체 소비자 대비 식료품, 비주류 음료,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보건 부분의 가중치가 높고 교육이나 음식 및 숙박 부문은 상대적으로 가중치가 낮다. 은퇴 이후 생활 자금 규모가 줄어든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기초 생활의 비중이 큰 데다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가 발생 빈도가 높아지며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

인플레이션이 노후 준비에 미치는 영향은 3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첫째는 인플레이션으로 필요한 노후 생활비가 빠르게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 국민 노후보장 패널조사에 따르면 2021년 현재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는 월 277만 원으로 10년 전인 2011년(184만 원)보다 93만 원 증가했다. 이 추세라면 2031년에는 적정 노후 생활비가 월 417만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노후 준비를 위한 자산 운용의 실질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퇴직연금의 80% 이상이 정기 예금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기 예금의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빼야 한다. 지난해 연평균 금리는 3.83%에서 인플레이션 3.6%를 뺀 실질 금리는 0.24%에 불과했다. 2022년에는 실질금리가 -1.98%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마지막 셋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준비한 연금 자산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현재가치 월 100만 원의 연금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평균 2%라면 10년 후 82만 원, 4%라면 절반 가까운 67만 원까지 실질 가치는 쪼그라든다. 자칫 이 정도면 노후 준비로 충분하겠지 했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노후 생활이 빠듯해질 공산이 크다.

인플레이션은 노후 준비에 있어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특성 탓에 개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침묵의 살인자’ 고혈압처럼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았다가는 크게 후회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에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원금 보장에만 매달렸다가는 인플레이션의 공격에 노후 준비가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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