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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송성훈칼럼] 진짜 차이나쇼크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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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연말을 맞아 나름의 설문조사를 해봤다. 줄잡아 20여 명 되는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을 만날 때마다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짤 때 무엇을 가장 고민했나요."

대화는 대부분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출발했다.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리긴 했지만 내수 침체 상황이 심상치 않고 정부 발표와 달리 현장에서 말하는 수출은 이미 꺾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예기치 못한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정부가 과연 환율을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고 증시 부진마저 더욱 심해지면서 기업 전반적으로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는 반응이다.

그러면서 예외 없이 3가지 변수를 꼽았다. 당장 다음달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다. 두 번째는 전방위적으로 한국을 압박하는 중국의 산업 경쟁력이다. 마지막은 이러한 외부 위협으로부터 과연 현재와 같은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가 얼마나 국익을 지켜낼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이야기는 늘 한곳으로 귀결됐다. 진짜 차이나쇼크가 엄습하고 있고 한국은 너무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우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못 갔던 중국에 출장을 다녀온 기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새 중국이 무섭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저가의 조악한 중국산 제품이 아니라 좋은 가격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어서다. 경제 단체의 모 부회장은 "소비재부터 중화학공업, 첨단산업 분야까지 중국과 경쟁해서 제대로 돈을 버는 한국 기업이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4대 그룹의 한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관세보다 중국산 제품이 더 큰 현안"이라고 할 정도다. LG전자는 최근 중국 기업의 기술과 품질을 심층 분석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50여 개를 동시에 가동하기 시작했다.

다른 대기업의 모 대표는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시행하면 정작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명은 이렇다. 높아진 대미 수출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중국은 위안화를 대폭 평가절하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중국산 수출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래도 미국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어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수출 물량 밀어내기 공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유럽과 중남미, 중동, 아시아 시장에선 기존보다 더 저렴해진 중국 제품과 피 튀기는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중국의 기술력은 첨단산업에서도 한국을 곧 제칠 태세다. 아직은 기술 격차가 클 것으로 봤던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은 무서울 정도로 한국과의 격차를 바짝 좁혀놨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기술 수준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이라고 얘기한다.

이처럼 산업계는 잠재적 위협을 넘어 이제 상시적 위협으로 성큼 다가온 중국산 제품 경쟁력과 기술을 우려하는데, 정치권과 정부에선 누구 한 명 심각하게 거론하는 사람이 없다. 중국 정부는 철저한 보호 정책을 통해 중국 기업 경쟁력을 키웠다. 보조금 차별 정책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업체를 고사시키고, 한국 게임의 판호(판매허가)를 수년간 아무런 이유 없이 내주지 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한국은 점잔만 빼며 중국 정부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트럼프 무역 공세와 본격적인 차이나쇼크가 임박했지만 대행 체제 한국 정부와 대권에 몰입한 정치권이 과연 국익을 얼마나 지켜낼지 불안하다.

[송성훈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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