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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칼럼] 시장은 교조주의적인 윤리에 반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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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수연(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요즘 생선조림 식당들의 새 트렌드는 순살 생선조림이다. 갈치조림을 시키면 생선가시 하나 없이 갈치살만 소담하니 그릇에 담겨진다. 부모님이 어린 자식에게, 혹은 자식이 연로한 부모님을 위해 생선가시를 발라내는 모습도 이제는 옛 추억이 될 모양이다. 맛은 훌륭하였으나 가게주인에게도 재료비 측면에서는 유리할 게 없을 텐데? 계산하며 물어보니 요새 젊은 사람들은 가시가 있으면 생선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생선가시 없는 생선조림가게들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많은 어르신들은 젊은이들이 생선가시 하나 발라내는 걸 귀찮아한다고 푸념하지만, 이미 시장은 그들의 요구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가시를 발라낸 생선살은 더 비쌀 텐데 식당주인은 뭐가 남아? 오지랖 넓은 소리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재료비가 더 들어갈망정 일단은 팔려야 한다. 업주로서는 파리 날리는 손님 발길이 끊긴 매장보다는 북적대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기업은, 그리고 시장은 그런 것이다. 오로지 이윤에 반응할 뿐 전통적 관습, 도덕적 기준에 반응하지 않는다.

주택시장도 그렇다. 정책이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그 결과는 소비자의 외면과 시장의 무반응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적응이지 과거의 기준에 얽매인 강제적 개입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아파트만 좋아하니 문제"라며 정책이 훈계를 하는 순간, 정책은 시장과 괴리된다. 교조주의 정책이 시장에 정책효과가 없는 이유다.

2019년 강남아파트로 몰려드는 소비자들에게 "강남이 그리도 좋으냐"라는 호통은 먹히지 않았다. 그 호통이 있던 5월 평당 5800만원이었던 강남아파트는 불과 5개월 만에 6300만원으로 8.99%나 급상승했다. 8월에는 강남아파트 평당 1억원 돌파는 막아야 한다며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규제발표 하루 만에 강남 아크로리버 아파트가 평당 1억원에 거래되었다. 강남아파트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속물로 취급해도 시장은 영끌을 멈추지 않은 것이다.

"투기하는 자 세금으로 벌주겠다"는 정의로운 정책도 소용이 없었다. 2020년 7월에 이르러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세율을 0.1~0.3% 포인트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0.2~0.8% 포인트 올리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징벌적 과세제도가 도입되었다. 소득 없는 노인들이 거래되지 않은 집, 그래서 현금화되지 않는 집의 세금을 대출로 마련해 재산세에 덧붙여 내는 기현상이 속출했다.

부자노인이 돈을 헐어내다니 그것 고소하다 웃으며 잠들었던 강북지역도 자고 일어나면 6억 집이 9억이 되었다. 집값이 올라 부럽다는 친척들의 부러움보다 더 빨리 종부세 고지서가 집 우체통에 날아들었다.

세금 걷으려 일부러 정책을 실패해서 부동산값을 올리느냐 아우성이 울려 퍼질 뿐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정의를 실현하려 했던 정책은 결국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 "주택은 사는(Live) 곳이지 사는 것(Buy)이 아니다"라며 계도해 보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가격급상승이라는 반작용뿐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 원리와 배치되는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를 잘 보여준다. 강남을 선호하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은 입지 여건 때문이며, 이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수요가 몰리는 것이 문제라면 대체재를 마련해야 했다. "내 평생의 자원 딱 한 채를 가져야 한다면 어디에 가져야 할까?"라는 질문은 "수요가 마르지 않을 최고의 입지에"라는 결심으로 이어진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득제약하 효용극대화"와 같은 결론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택지개발은 반시장적 수요억제정책에서 탈피한 공급정책으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강남의 대체지를 서울 외곽 어디에 만들지, 수도권의 대체지는 어떻게 마련할지, 비수도권은 계속해서 수도권의 보완재 역할조차도 못 하고 남아 있어야 할지, 이런 고민은 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주택은 주거공간이자 투자재산이라는 점은 부동산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노후 복지를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윤리학이 아니라 경제학적 관점에 입각해 다른 투자처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교조주의적인 정책, 국민을 가르치려는 정책은 늘 실패한다. '강남아파트 사지 마라', '탐욕적이다'는 말로 등덜미를 잡아도, 또 '투기하지마라 세금을 크게 매겨 벌을 준다'고 엄포를 놓아도 그런 규제는 늘 실패할 뿐이다. 가시 바르기 싫어 순살 갈치조림을 찾는 것을 나무라면서 '앞으로 순살 갈치조림은 판매를 금지한다'는 규제도 마찬가지로 실패한다.

따라서 교조주의적인 정책보다는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강남 아파트를 사지 말라며 탐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보다,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대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수연(제주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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