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일 관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왼쪽)이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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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일본이 전방위 대응에 나서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2기 시대가 몰고 올 불확실성 시대에 적극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때 예상되는 미·중 간 갈등 속에서 미국과 밀착하면서도 이웃 국가인 중국과 경제 협력 및 인적 교류를 중심으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도 유럽 등 미국 우방국들과 접점을 넓히는 한편 일본의 관계 개선 시도에 적극 부응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관세 등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발언력과 협상력을 높이는 데 있어 같은 수출 대국인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일본명 처리수) 방류를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해왔던 중국은 내년 상반기에 수입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다음달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기 전에 미국을 찾아 조기 회동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도 이시바 총리는 "이른 시일 내에 회담을 갖고 미국과 일본의 동맹을 한층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확정한 직후 조기 회동을 타진했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으로부터 공식 취임 이전에 회동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지난 15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와 트럼프 당선인의 면담에 이어, 16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10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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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면담했다. 일본 외무상의 방중은 약 1년8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는 "중·일 관계는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시기에 있다"고 밝혔다. 리 총리와 면담한 이후 이와야 외무상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이와야 외무상은 "중국과 협력과 연계를 확대하는 첫걸음을 내딛고 싶다"며 "양국 국민이 일·중 관계가 발전해 다행이라고 느낄 수 있게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왕 주임은 "중·일은 이웃 국가로서 양국 관계는 단순한 양자 관계를 넘어 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한다"며 "아시아가 안정되면 세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이 협력 파트너로서 서로를 위협하지 않는다는 공통 인식을 지키며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이와야 외무상은 중국에 일본산 수산물의 조속한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 양국 관계 개선 방안과 함께 왕 주임의 내년 방일 여부와 일정 등도 논의됐다.
이와야 외무상이 왕 주임에게 내년 일본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왕 주임은 내년 가장 빠르고 적절한 시기에 방일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이와야 외무상은 이날 오후 양국 간 인적·문화 교류 촉진을 위한 고위급 대화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와야 외무상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최근 중국은 유럽 주요국의 외교수장들을 베이징으로 잇달아 초청하고 있다. 앞서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달 18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과 만나 "영국과 함께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래미 장관은 "새 정부는 중국과 함께 건설적인 대화와 허심탄회한 교류를 강화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지난 2일에는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방중해 왕 주임과 만났다.
[신윤재 기자 /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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