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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로봇이 온다

빅테크 新전쟁터 'AI로봇' 민첩하게 캐치볼하고 사람 대신 車부품 조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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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에이전트 시대 ◆

매일경제

날아오는 공을 잡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X, BMW 공장에서 일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 피규어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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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을 낀 휴머노이드가 사람이 던진 공을 한 손으로 잽싸게 낚아챈다. 공을 받아든 로봇은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까딱이며 다음 공을 받을 준비를 하더니, 속도와 방향을 달리해 던진 공을 또다시 쉽게 받아낸다. 영락없이 사람이 캐치볼을 즐기는 모습이다. 최근 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이다. 테슬라가 개발 중인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사람이 무작위로 던진 공을 받아내는 모습을 담은 이 영상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관절과 몸통,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여 공을 받아내는 옵티머스의 모습에 AI 휴머노이드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정된 환경에 제한적으로 작동했던 기존 로봇과 달리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AI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로봇 에이전트'가 뜨고 있다. AI가 텍스트·이미지·동영상 등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생성형' 모델을 넘어 로봇이라는 몸을 통해 움직임까지 구현할 수 있는 '행동형' AI로 진화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도쿄 엔비디아 AI 서밋 재팬' 행사에서 "AI 혁신은 디지털(Digital)에서 피지컬(Physical)로 확산될 것"이라며 "앞으로 5년간은 인간형 로봇의 진화에서 큰 진척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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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는 AI가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상호 작용하고, 탐색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인간의 행동 패턴을 학습해 로봇이 독립적인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AI 모델인 '대규모행동모델(LAM)'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지컬 AI는 PC나 스마트폰으로 한정됐던 AI의 활약무대를 현실로 옮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자나 단어를 이해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이 1차원 모델이고, 이미지와 비디오 생성 모델이 2차원 모델이라면, 물리적 상황을 이해하고 결과물을 내는 피지컬 AI는 3차원 모델이라는 게 엔비디아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빅테크들이 개발하고 있는 로봇은 옵티머스처럼 학습과 추론을 통해 배우지 않은 동작도 수행할 수 있는 '행동형 에이전트'다. 지난달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2'가 대표적이다. BMW 미국 공장에 투입돼 시험 작업을 하고 있는 피규어02는 양손 협응력이 대폭 개선됐다. 작업 속도는 이전 모델보다 4배 빨라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넥스트MSC에 따르면 전 세계 AI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956억달러(약 139조4800억원)에서 2027년 1580억달러(약 230조5200억원)를 거쳐 2030년 1848억달러(약 260조6200억원)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AI 로봇 시장은 산업용, 서비스용, 의료용, 군사용, 교육·연구용 등으로 구분되는데 서비스 영역에 속하는 '지능형 휴머노이드'가 특히 각광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 리서치는 2021년 14억8000만달러(약 2조1600억원)에 불과했던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2030년 349억6000만달러(약 51조원)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현재 AI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 중심의 산학연 민간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 미국에서 이뤄진 로봇 투자는 2023년 기준 240억달러 규모로, 전 세계 투자액의 60%를 차지한다.

중국의 도전도 주목된다. 지난 4월 중국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중국 로봇 제조사인 유비테크(UBTECH)와 손잡고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S'를 전격 공개했다. 바이두는 당시 워커S의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내일 출장을 가야 하는데 챙길 옷을 정리해 줄래"라고 부탁하자 사람 형체의 로봇이 티셔츠를 곱게 접어 주인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도 AI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 4월 기존 유압식이 아닌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신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강화학습, 컴퓨터 비전 등 AI 기능이 탑재됐다. 내년부터 현대차의 차세대 자동차 제조 공정에 투입될 예정이다.

[김대기 기자 /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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