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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트럼프 취임식 줄대기 경쟁, 한국만 또 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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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다음 달 20일)에 굴지의 기업들이 내미는 거액의 기부금이 몰리고 있다. 이미 역대 최대 규모의 모금액을 넘어 신기록 행진 중이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커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 이어지는 ‘트럼프 줄대기’ 행렬이란 평가다. 기업계는 물론이고 정·관계까지 전 세계가 트럼프 취임식에 총력전을 펴는 사이 계엄·탄핵의 소용돌이 속 한국만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 등에 따르면, 토요타 북미 법인은 트럼프 취임위원회에 100만 달러(약 14억5000만원)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전날 포드가 트럼프 취임식을 위해 100만 달러와 일부 차량을 기부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나온 소식이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이달 초 100만 달러와 차량 기부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가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언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되자 업체들이 앞다퉈 ‘트럼프 보험’에 드는 모습이다.

줄대기를 시도하는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빅테크 정보기술(IT) 기업부터 금융·가상화폐 업계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불문한다. 트럼프와 악연 등 ‘과거’도 더는 문제 되지 않는다.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건 때 트럼프의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시키는 등 오랫동안 앙숙 관계였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트럼프 1기 때 각종 정부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악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는 이미 취임위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아마존의 경우, 2017년 1기 취임식 때 낸 기부금(5만8000달러)과 비교하면 약 17배로 늘어난 규모다. 트럼프 2기의 최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법정 공방까지 벌였던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개인 명의로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기업도 각각 100만 달러의 기부금을 약정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역시 각각 100만 달러를 취임위에 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탄핵 정국으로 취임식 참석 여부도 불투명하다. 2017년 1월 트럼프 1기 취임식 땐 박근혜 탄핵 사태 와중에도 국회 여야 외통위원들이 방미해 참석했다. 2021년 1월 바이든 취임식 때도 외통위원들로 참석 의원단을 꾸렸다가 워싱턴 의사당 점거 시위 등으로 막판에 방미가 무산됐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엔 누가 갈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취임식 초대받은 한국 인사는 류진·정용진 등 극소수



국회 관계자는 “김석기 외통위원장과 김건·김영배 의원 등 간사단, 여야 각 1~2명의 외통위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최악의 경우 정치 상황에 따라 여야 의원이 모두 포함된 의원단 파견이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시도하는 등 정국 상황이 연일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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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취임위는 취임식 이틀 전(1월 18일)부터 사흘간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축제’를 비롯해 퍼레이드, 일요 예배(1월 19일), 리셉션, 만찬 등 트럼프 지지자와 기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취임식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행사에는 기부금 규모에 따라 행사 참석 ‘등급’이 달라진다. 기부 등급 중 최고액인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면 다음 달 18일 예정된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부부와의 만찬 행사 티켓이 주어진다. 취임식 전날 트럼프 당선인 부부가 참석하는 일요 예배에 동참하려면 1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대통령 취임위는 기부금을 통해 취임 행사 준비 자금을 합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지난 16일 모금액은 취임위의 목표치인 1억5000만 달러(약 2190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거둬들인 6200만 달러(약 905억원)의 약 2.5배,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한국 인사 중 취임식에 초대받은 이는 지난 16~21일 마러라고를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류진 풍산그룹 회장 겸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등 일부 재계 인사와 국민의힘 김대식·조정훈 의원 등 극소수뿐이다.

탄핵 정국에서 정부와 기업이 전 산업에 걸쳐 유기적으로 미국 정책에 대응하는 걸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승리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언급한 조선업 협력 문제는 진전 소식이 없는 상태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은 정치적 혼란으로 트럼프 당선인에 대응할 정책에 구심점이 없는 상황”(24일)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 시급한 때인데 우리만 사실상 발이 묶인 상태”라며 “세계 각국이 총력전을 펴는 ‘트럼프 외교전’에 한국이 가장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최선욱·김기정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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