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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수출 통제 美, 23조 퍼붓는 中… 뜨거운 G2 ‘양자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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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도적 우위에 中 추격전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기술대 연구진은 지난 16일 새로운 양자컴퓨터 프로세서(칩) ‘쭈충즈(祖冲之) 3.0’을 논문 사전 공유 사이트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진은 105큐비트(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 프로세서인 쭈충즈 3.0이 “현존하는 최강의 수퍼컴퓨터로 꼽히는 ‘프런티어’로는 풀 수 없는 문제를 풀었다”며 “구글의 구형 양자칩 ‘시커모어’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고 했다. 이들은 구글이 최신 양자칩 ‘윌로’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발표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은 때에 연구 성과를 밝혔다.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은 논문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구글의 새 양자 칩을 겨냥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중국이 양자 기술을 놓고 서로를 얼마나 견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중국의 ‘양자컴 굴기’

양자컴퓨터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입자가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한다. 이를 통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특정 연산에서 속도 또한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기존 수퍼컴퓨터로도 수백만 년 이상 걸리는 암호를 푸는 데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통신기술의 판을 바꿀 ‘꿈의 기술’로 불리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경제뿐 아니라 안보 영역에서도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유엔이 2025년을 ‘세계 양자 과학기술의 해’로 지정한 가운데, 양자컴퓨터 분야에서도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것이다. 기술력 우위에 선 미국이 규제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 역시 자원과 인력을 대거 투입해 새로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중국 연구진은 양자컴퓨터 연산의 핵심인 양자 칩 성과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중국전신 양자그룹과 중국과학원 산하 양자정보 및 양자물리센터 등은 504큐비트 양자 칩 ‘샤오홍’을 탑재한 양자컴퓨터 ‘톈옌-504’를 이달 초 공개했다. 연구팀은 IBM의 1121큐비트 양자 칩인 ‘콘도르’와 비슷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중국 스타트업인 오리진 퀀텀은 올해 초 72큐비트 양자 칩 ‘우콩’을 개발했다. 이 칩을 탑재한 양자컴퓨터 ‘오리진 우콩’은 지난 1월 가동 이후 133국의 27만 건 연산 작업을 완수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통해 오리진 우콩에 접속하는 상위 3국이 미국, 러시아, 일본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외국의 많은 이용 건수는 중국의 토종 양자 컴퓨팅 역량이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중국은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미국과의 양자컴퓨팅 기술 간격을 좁히려 하고 있다. 미국 정보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중국은 양자 기술에 150억달러(약 22조7700억원)를 투자하고 있다. 이는 미국(38억달러)의 4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또 국가과학원, 중국과기대 등에 양자 관련 연구소를 대거 설립하고, 허페이시에는 양자 허브를 구축했다.

◇미국은 對中 수출·투자 제한

미국은 중국의 양자컴퓨터 개발이 심각한 안보 위험이라고 보고, 각종 규제에 나서고 있다. 고성능의 양자컴퓨터가 해킹에 도입될 경우 기존 군사 정보 체계와 암호 체계가 무력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산업안보국은 지난 5월 중국의 양자 연구 기관 22곳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학원, 허페이 양자 연구소, 중국과기대 등은 미국산 품목을 취득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재무부가 양자컴퓨터 기술 관련으로 중국에 투자하는 것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IBM과 구글 등 테크 기업을 통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압도적 우위를 굳히려 하고 있다. 구글이 이달 발표한 ‘윌로’는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던 ‘연산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양자컴퓨터는 절대 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미세한 자극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오류가 잦다. 이에 구글은 큐비트를 연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 방식을 통해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오류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양자컴 상용화를 향해 한발 더 다가갔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달 IBM은 양자 칩 ‘퀀텀 헤론’을 공개하면서 테스트에서 2.2시간 만에 데이터 처리를 완료하는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전 모델(112시간)보다 50배 빠른 속도를 나타낸 것이다.

ITIF는 “현재 미국의 양자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폐쇄적인 혁신 전략을 세운 중국보다 적은 상황”이라며 “미국은 상호 보완적인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중국과의 양자 기술 전쟁에서 승리하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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