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 매년 반복되는 말이지만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연말에 터진 현직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내란죄 수사, 벌써 3번째인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등 정치적인 격변이 있기 전에도 국회에서 야당 독주의 입법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야당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등 정치적으로 1년 내내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경제도 수출 둔화,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1%로 하향 전망했다. OECD가 전망한 세계 경제성장률은 3.2%, 미국은 2.4%이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 분야도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한국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주요국의 AI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은 지난 9월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가 AI 전략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민·관 합작투자를 바탕으로 최대 2조원 규모의 ‘국가 AI 컴퓨팅 센터’ 구축, ’24년부터 4년간(’24~’27) 민간은 AI 분야에 총 65조원 규모 투자 단행, 산업, 공공, 사회, 지역, 국방에 이르는 국가전반의 AI 대전환 추진, 고도화된 AI 위험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국가 전담기관으로 ‘AI 안전연구소‘ 설립, AI 시대의 新질서 정립 및 글로벌 AI 규범·거버넌스 주도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 12월 17일에는 인공지능 산업진흥, 거버넌스, 안전성 규제 내용을 포함하는 인공지능에 관한 최초의 포괄적, 수평적 법제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기본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올해 중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생성형 AI의 데이터 학습에 장애가 되는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는 TDM(Text and Data Mining) 면책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으나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공개된 개인정보 이슈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당한 이익”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AI 기본법 제정이 확실시되면서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이 확보된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AI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 위험에 대한 규제 시행은 성급하다. 가급적 충분한 시간을 두고 하위 법령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부처에서 추가적인 AI 규제법이 도입되는 경우 이중 삼중 규제로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법률 간 중복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전 분야 마이데이터 도입이다. 마이데이터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금융을 넘어 흩어져 있는 나의 모든 정보를 모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2023년 9월 15일 전 분야에 마이데이터를 도입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발효되었고, 내년 3월 통신, 보건 의료 분야에 우선적으로 마이데이터를 도입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전 분야 마이데이터 정책을 시행하면서 마이데이터의 장단점, 가능성과 한계 등을 면밀히 짚어보고 기업과 소비자를 충분히 설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이미 도입된 금융, 공공 분야 마이데이터에 더욱 내실 있게 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산업진흥을 위한 데이터산업법은 시행 3년을 맞아 서서히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2023년 데이터 가치평가 29건, 품질인증 5건 추진, 데이터 거래사 162명 교육 등의 성과를 달성했으며, 내년 2월까지 데이터 산업법에 대한 성과평과와 향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반도 운영 중이다.
다음 플랫폼 규제에 관해서 보면 한국은 자율규제와 법적 규제 사이에서 여전히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을 별도법으로 추진하다가 최근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소수의 지배적 온라인 플랫폼이 규율 대상이며,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가지 핵심적 대표적 반경쟁행위를 금지하며, 과징금은 현행 관련 매출액의 6%에서 8%까지 상향한다. 규제 대상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분야이며, 금지행위를 위반하면 입증책임이 전환된다. 즉,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금지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지원하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는 지난 2022년 8월 19일 출범한 이후 갑을, 소비자·이용자, 데이터·AI, 혁신공유·거버넌스의 4개 분과를 구성하여 각 분과별로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였고, 올해에도 데이터·AI 분과는 ’플랫폼 검색·추천서비스 관련 자율규제 원칙’에 대한 이행점검을 시행하였으며, 혁신공유·거버넌스 분과는 플랫폼의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 이해관계자 복잡성 등을 고려하여 혁신촉진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을 담은 ‘플랫폼 기업 거버넌스 원칙’을 발표했다.
2025년은 대외적으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주의, 자국중심주의 강화와 대내적으로 탄핵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 증가로 디지털 정책의 경우에도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AI와 플랫폼에 규제 완화, 디지털 산업진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한국의 디지털 산업의 경쟁이 버거워질 우려가 있다.
정부로서는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기술 역량과 인적자원 확보를 지원해야 하며 데이터 및 플랫폼 규제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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