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오후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 임명에 대해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거부 의사를 표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불과 20분 만에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즉각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다. 국회법에 따라 한 총리 탄핵소추안은 다음날부터 즉시 상정이 가능해진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안에 '표결 보이콧'을 감행, 재판관 임명동의안은 여당 내 소수의 소신투표 속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박성준 의원 등 170인이 발의한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소추안'을 의사국장 보고사항으로 보고했다. 본회의에 보고된 발의 법안은 발의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까지 상정여부가 결정된다. 당장 27일 오후부터 한 총리 탄핵안의 본회의 상정 및 표결이 가능해진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의원총회를 통해 특검법 및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에 거부 의사를 시사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 발의를 결정했으나, 이후 '26일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밝히라'며 이날까지 탄핵안 발의를 보류했다. 그러나 한 총리가 이날 오후 본회의 직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저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민주당은 즉시 탄핵안을 발의해 이를 본회의에 보고했다. 한 총리가 담화문 발표를 마친 시각은 오후 1시45분께, 의사국장이 본회의에 한 총리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시각은 2시7분께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전인 오후 1시 50분께 발표한 입장에서 한 총리를 겨냥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라며 "민주당은 한덕수 총리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고, 오늘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한 총리는) 가장 적극적인 권한행사인 거부권 행사를 해놓고, 가장 형식적 권한행사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주장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오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 건의를 하기 전에 한 총리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실토했다"며 "한 총리는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주요임무 종사자임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윤석열 탄핵(소추) 이후 보여 왔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도 분명해졌다"며 "한 총리는 권한대행을 수행할 자격도,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없음이 분명해졌다"고도 했다.
여당 내에서도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의사에 대한 반발이 분출했다. 그간 당 지도부에 맞서 헌법재판관 임명 필요성을 주창해온 탄핵찬성파 김상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관 임명은) 비상계엄 해제와 탄핵의 연장선상"이라며 "만약에 탄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윤 대통령이 그대로 또다시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탄핵 찬성파 조경태 의원도 이날 본회의장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표명에 대해 "한 대행은 그러면 이번 비상계엄에 대한 동조자인지 저는 묻고 싶다"며 "대단히 비상식적이고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그런 비상 계엄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조 의원은 "만약에 (한 대행이 계엄에) 찬성하는 입장이면 한 대행도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된다"며 "한 대행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서 미적거리거나 지연하는 그런 의지를 보인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단호히 한 대행 역시도 탄핵되어야 된다"고 말해 한 총리 탄핵안 찬성표결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헌법재판관 임명안에 대한 '표결 보이콧'을 결정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두고도 "지금 당에서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는데 탄핵은 반대다'(라고 한다.) 이것은 앞뒤 말이 맞지 않고 이치에 맞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합의'를 명분으로 재판관 임명 거부 의사를 밝혔고, 권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재판관을) 여야 합의를 해서 임명해야 된다라는 한덕수 총리의 말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 같은 정부·여당의 주장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조 의원의 지적이다. 조 의원은 "비상 계엄 그 자체 행위가 국민에 대한 반역 행위"라며 "반역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엄히 그 책임을 물어야 되고 당장 거기서 그 직에서 물러나야 된다"고 했다.
실제로 헌법 재판관에 대한 여야합의를 강조한 한 총리의 말과 다르게,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의총을 통해 "한 대행에게는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 탄핵인용이 완료되지 않은 시점엔 임명권한 자체가 부재하다는 취지로, 임명을 위한 여야합의 자체를 전제하고 있지 않은 주장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한 총리의 대국민 담화 직후 '재판관 임명에 관한 합의 의사가 있느냐' 묻는 질문에도 별다른 답변을 남기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일정 1~3항으로 배정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재판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 불참했고, 임명안은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야당 측 추천 몫인 마은혁·정계선 후보는 재석 195명 중 가결 193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여당 추천 몫인 조한창 후보는 재석 195명 중 가결 185표, 부결 6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각각 가결됐다. 국민의힘 내에선 탄핵찬성파인 김상욱·김예지·조경태·한지아 의원이 지도부의 보이콧 방침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임명동의안 가결 직후 발언을 통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한 국회의 절차가 끝난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께서는 지체없이 임명 절차를 마무리해 주시기 바란다. 논란할 일이 아니다"라고 한 총리를 겨냥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국회 선출 3명과 대법원장 지명 3명의 (헌법재판관의) 경우, 대통령의 임명행위는 새로운 질서의 창조가 아닌 형식적·절차적 과정인 만큼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것이 헌법학회의 합의된 해석"이라며 "절차에 따른 임명 행위를 두고 여야 합의를 핑계 대는 것은 궁색하다", "임명 행위는 애초 여야 논의의 대상이 아닌데도 이를 합의해 달라는 것은 사실상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에 대한 투표결과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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