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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정재 집어삼킨 이병헌, ‘오징어게임2’[한현정의 직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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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완성도 그러나 물량공세만 못한 쾌감....‘시즌3’ 피날레 위한 징검다리


스타투데이

사진 I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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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은 좋다. 각 화의 엔딩도 좋다. 다만 중반부는 다소 늘어지고, 후반부는 (‘시즌3’를 위한 서사 때문인지)물량공세에 비해 쾌감이 덜하다. 개연성에 공을 들인 촘촘한 서사, 그러나 게임의 묘미·긴장감은 전편만 못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만드는 에피소드와 드라마도 새롭진 않다. 승부수는 ‘이병헌’이다. 그런데 빛나도 너무 빛난다. 그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양날의 검인, ‘오징어 게임’ 시즌2(감독 황동혁)다.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려면 ‘기훈’(이정재)은 복수를 다짐하며 발길을 다시 서울로 옮긴다. 그 후로 2년, 그는 456억이란 막대한 우승 상금으로 사람들을 동원해 ‘프론트맨’(이병헌)에게로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루트인 ‘딱지남’(공유)부터 찾아낸다.

총에 맞은 뒤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줄로만 알았던 ‘준호’(위하준)도 병원에서 눈을 뜬다. 준호 역시 형(이병헌)을 찾기 위해 게임이 진행됐던 비밀의 섬을 찾고자 바다 곳곳을 수색하지만 성과가 없다. 그러던 중 기훈을 만나게 되고, 그와 손을 잡는다.

기훈은 결국 참가번호 456번을 달고 다시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하지만 이번엔 게임에서 이기는 게 아닌 게임을 끝내는 게 목표다. ‘오일남’(오영수)의 죽음 뒤, 게임을 총괄하며 모든 참가자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온 프론트맨은 다시 돌아온 기훈을 예의주시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다시 시작된 지옥의 게임, 삶의 벼랑 끝에 몰린 참가자들은 예고된 연대와 대립, 분열을 반복된다. 기훈의 고군분투에도 내분은 점점 더 격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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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크게 기훈이 이끄는 게임장 안과 준호가 이끄는 밖, 두 갈래로 나뉜다. 그리고 다시 게임장 안에서, 나가려는 사람들과 남으려는 사람들의 대립이란 큰 틀 안에 ‘변주’와 ‘반전’을 녹여낸다.

게임에 참여하게 된 구구절절 혹은 막장 사연들이나, (연령대가 다소 젊어지긴 했으나) 군중의 구성과 쓰임은 전편과 비슷하다. 빌런 허성태의 계보는 탑(최승현)이 이어 받고, 박규영이 정호연의 변주 버전으로, 강하늘·이서한이 박해수·아누팜 트리파티 격으로 이정재의 곁을 지킨다.

차별화의 키는 바로 이병헌이다. 전편에서 ‘프론트맨’의 실체로 특별 출연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서는 전면으로 나서 또 다른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등장부터 남다르고 퇴장까지 빈틈이 없다.

그런데 너무 독보적이다. 개성갑 각양각색 군중들 사이에서도, 심지어 극을 이끄는 이정재보다 압도적이다. 노련하고도 강렬하고 여유롭다. 그에게 시선이 빼앗길수록 이정재의 복수전엔 몰입도가 떨어진다. (시즌3의 극적인 반전을 위해) 가뜩이나 박진감이 치솟기 힘든 설정·전개인데 캐릭터의 매력조차 이병헌이 독식하니 쉴 새 없이 밀어붙여도 속도가 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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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하드캐리는 좀 아쉽다. 안타깝게도, 순수하고도 인간미 넘쳤던 기훈의 게임 체인저로서의 변모는 기대만큼 시청자를 끌어 당기질 못하다. 평면적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품은 대사의 반복, 무한 고뇌 중인 캐릭터의 정서에 배우 특유의 사극 톤까지 입혀지니 과하게도 느껴진다. 내내 힘이 잔뜩 들어간 이정재의 단조로운 표현력과 눈빛 하나로 공기를 바꾸는 이병헌의 다채로운 그루브는 격차가 상당하다. 정면 승부를 펼치니 이병헌의 압승이다.

게다가 탑의 연기는 기대없이 봐도 실망스러운 심각한 구멍이다. (몰입만 방해하질 않길 바랬건만) 기본인 딕션부터 함량 미달이다. 그 정도 랩실력은 실제 래퍼가 아니어도, 이 정도 평면적 빌런이라면 어떤 배우라도 소화 가능한, 전형적인 캐릭터인 만큼 그의 캐스팅은 납득 불가다. (이미 ‘빌런 전문가들’이 넘치는 영화계가 아닌가.) ‘마약 전과’를 배제하더라도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부족한 내공과 연기력이다. 전편 빌런 허성태의 그림자도 밟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그 와중에 분량은 상당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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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멤버 공유는 이번에도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광기어린 그의 에너지는 전편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다. 강하늘·임시완·박성훈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는 뉴페이스 군단.

다만 캐릭터 무비로서의 강점은 전편에서 충분히 보여줬던 바, 더 새롭거나 업그레이드된 건 없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벌이는 각종 소동들은 (캐릭터만 바뀌었을 뿐, 핵심 갈등이 다 같은 결이라) 길어질수록 늘어진다. 반복되는 요소가 적지않은 만큼 시즌2를 좀 더 압축시켜 시즌3까지 함께 공개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기막힌 엔딩의 맛은 여전하므로, 진정한 복수는 시즌3편에서 이뤄질 예정이므로.

시즌1의 압도적인 스케일의 대형 숙소와 미로 계단에 이어 이번에도 OX 투표와 대형 숙소 바닥에 붉은색과 푸른색 조명으로 이루어진 오브제 등 한 층 화려한 비주얼을 뽐낸다. 시그니처 음악은 반갑다.

전편에선 게임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면, 이번에는 매 게임이 끝난 뒤 ‘O와 X’로 남을 지 떠날지를 투표하는 룰을 추가해 주제의식을 강조 또 확장시켰다.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져 극단적 대립을 빚어내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통해 전 세계에 직면한 ‘대립과 분열’의 모습을 비춘다. 감독은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미 정해진 답을 ‘시즌3’를 통해 다뤄질 전망이다.

피날레를 향한 중간 다리, 그래서 시즌1에 비해 더 좋다 나쁘다를 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완성도는 기대만큼 높고, 쾌감은 (이에 비해) 기대만 못하다. 무엇보다 확실한 건 이병헌은 독보적었고, 탑은 독보적으로 민망했다. 추신, 시즌3보다 프론트맨 프리퀄이 더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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