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이 ‘하얼빈’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샘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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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37)이 독립군으로 변신했다.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4일 개봉 후 빠르게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현재 영화 ‘휴민트’ 촬영으로 라트비아에 있는 박정민은 26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멀리서 전달받고 있어서 체감이 되지 않는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라 숫자로 재단하기 조심스럽지만, 휴일에 많은 분이 봐줘서 기분 좋다”며 100만 돌파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수선한 현 시국에 조금이나마 국가와 국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이자 긍정적인 생각을 나눌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개인마다 영화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가진 힘과 만든 사람들의 의지, 뜻을 관객들이 예뻐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든든한 동지 우덕순을 연기한 박정민은 과거 영화 ‘동주’에서 송몽규 역을 맡아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하얼빈’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한 이유는 좋은 시나리오와 사람들 때문이었단다.
그는 “시간이 지나서 부담감을 망각했다. 그에 앞서 너무 함께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었고 선배님들이었다. 이 좋은 시나리오와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부담감 때문에 포기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도 그렇고 안중근 장군을 앞세운 그 시대 독립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들도 두려워하고 흔들렸고 누군가의 자식이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나 하는 충격도 있다. 제 안에 독립운동하던 분들은 그냥 영웅이었는데 그 영웅들도 사람이라는 걸 느껴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우덕순 캐릭터에 대해 “자료가 별로 없어서 상상에 기대야 한 인물이었다. 이것저것 자료를 많이 찾아봤는데 영화에 적용할 수 있는 자료는 없더라. 그래서 대본에서 표현되는 우덕순이란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저희 영화와 소설 ‘하얼빈’은 다른 작품이지만 소설 속 우덕순이 뇌리에 남아 조금 차용한 것도 있다. 안중근 옆에서 묵묵하게 그의 일을 지지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은 제가 그동안 관객에게 보여드린 얼굴과 또 다른 얼굴을 만들어하고 싶어했다. 조금더 우직하고 강한 단단한 느낌의 얼굴을 표현하길 원했다. 최대한 감상에 치우치지 않는 단단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박정민은 ‘하얼빈’에서 호흡을 맞춘 현빈, 이동욱, 조우진에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샘컴퍼니 |
무엇보다 박정민은 안중근 역을 맡아 ‘하얼빈’을 이끈 현빈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제가 현장에서 막내에 속했다. 계속 현빈 형 옆에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영화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현빈이란 배우의 역사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아서 질문도 많이 하고 생각을 나눴다. 제가 매 순간 형에게 의지했다. 나중에 죄송하더라. 주인공으로서,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다 아는 의인을 연기하는 동안 내가 형님에게 조금이나마 의지가 되었나 싶더라. 요즘 홍보하면서 형님의 부담감이나 책임감 이야기를 듣고 조금 죄송스럽더라. 한국에 돌아가면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고백했다.
극 중에서 대립각을 세운 이창섭 역의 이동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번에 처음 만났다. 제가 이동욱이란 사람 자체에 반했고, 그 매력에서 헤어나질 못하겠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장면이 있으면, 저 개인적으로는 그 배우와 편하지 못하면 대립각을 세우기도 쉽지 않더라. 내가 그 사람을 신뢰하고 그 사람이 다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연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동욱 선배에게 그런 믿음이 있었다. 많은 장면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동욱이란 사람에 대한 믿음과 호감이 있어서 감사하게도 마음껏 연기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극 중 가장 많이 마주한 김상현 역의 조우진과는 연기하면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도 했다.
박정민은 “안중근 장군 옆에서 계속 함께 나아가는 동지였는데, 저희 둘이 만들어내는 장면도 있어서인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옆에서 많이 배웠다. 배우가 영화를 대하는 오롯한 태도라고 할까. 인물을 만들고 대하는 모습에 진심을 느꼈다. 내가 어렸을 때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어서 취했던 행동과 영화에 대한 태도도 비슷했는데, 스스로 몰아가는 정신적 고립이 괴로워서 웬만하면 그렇게 하는 걸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존경하는 형님이 아직도 그런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반성했다. 너무 작업하고 싶은 선배였는데 이번 기회에 만나서 좋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테스트 촬영을 위해 강원도로 가는 차 안에서 형님이 풀리지 않는 장면이 있는데 같이 리딩하면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더라. 선배가 후배에게 풀리지 않는데, 잘 만들고 싶다고 하는 걸 처음 들었다. 나는 후배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고,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하고 놀랐다. 한 공간에서 같이 이야기 나눈 기억도 행복하고 좋았다”고 재차 존경심을 드러냈다.
박정민이 ‘하얼빈’ 촬영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샘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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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광주에서 찍은 전투신을 비롯해 해외 촬영까지 육체적으로도 고된 여정이었지만, 박정민은 오히려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몽골과 광주, 라트비아까지 눈과 추위 속에서 촬영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뭐가 힘들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저에게 신기한 작품이다. 그만큼 촬영할 때 좋았고 영화에서처럼 서로에게 좋은 동지였다. 일본 사람으로 나온 박훈까지 다 같이 한곳을 향해 가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힘들었던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그때 당시에 옳은 일을 하신 분들의 마음과 여정을 편하게 찍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 영화를 숭고한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감독님의 의지가 있었고, 배우들이 올곧게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큰 의미로 남을 것 같다”며 ‘하얼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더불어 그는 “어떻게 연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현장의 모든 배우가 대단했다. 촬영 끝나고 저녁 먹을 때도 영화에 대한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쉬는 날 감독님 방에서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할 때도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을 상기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하얼빈’으로 관객을 만난 박정민은 현재 촬영 중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휴민트’에 이어 내년 2월에 공개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토피아’ 등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앞서 내년에 연기 활동을 쉬어갈 거라고 선언했던 그는 “중단 선언을 한 적은 없는데, 그렇게 됐다. 조금 쉰다고 했는데 창피하다”며 “내년 2월에 또 뭐가 나올 거다. 제가 찍어놓은 게 좀 있다. 관객들은 제가 거짓말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점 죄송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좀 쉴 계획이다. 그럼에도 뭔가 계속 나올 텐데, 사실상 중단 선언을 철회하게 되는 순간이 올 것 같다. 그 부분은 죄송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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