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가톨릭교회가 50년마다 희년을 기념한 것은 1300년부터다. 1475년부터는 누구나 한번은 그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주기를 25년으로 줄였다. 2000년 대희년 후 다음 정기 희년은 2025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성문을 여는 걸로 희년의 시작을 알렸다. 교황이 관심을 촉구한 것은 전쟁, 생태위기, 불평등이다. 이스라엘 군대가 살상하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외면하고, 글로벌 자본의 폭리 추구 속에 파괴되는 지구를 껴안지 않고, 커져만 가는 빈부 격차를 바로잡지 않고 어떻게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가 “희년의 정신에 따라 국제사회가 생태적 부채를 인식하고 부채 탕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전쟁의 시대에 군비의 일정 비율을 기아와 교육, 기후위기 대응에 쓰도록 기금을 만들자”고 한 말을 주목할 만하다. 부국과 부자들이 만든 기후위기라는 빚을 빈국과 빈자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조리를 해소하는 일이 무기 감축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말했다. “희년은 이 해가 진정으로 복된 해가 되도록 우리에게 영적인 재생, 세계의 전환을 요구한다.” “산발적인 인류애 행위로는 충분치 않다. 지속되는 문화적·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이런 말은 자본주의와 현실 국제정치 속에서 별로 힘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양심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구라는 ‘공동의 집’을 이만큼이라도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25년 만에 다시 맞는 희년의 길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4일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전의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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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제민 논설위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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