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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정동칼럼]흉기가 되어버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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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의 밤.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던 건 군대보다는 경찰이었다. 군대는 윤석열의 의도와 달리 우왕좌왕했고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전현직 사령관들은 악착같았지만 실제로 움직여야 할 군인들에게는 일종의 떨림이 있었다. 밀면 밀리고 막으면 막히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전혀 달랐다. 윤석열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국회를 둘러싸고 출입을 막았다. 짐짓 멈춰서던 군대와 달리 경찰은 체계적으로 내란에 가담했다. 시민에게 적대적이었고, 국회의 권능 행사를 막기 위해 열심이었다. 무도하고 과도했다.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서야 겨우 국회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헌법과 법률의 기본적인 절차마저 무시하고 버티기로 일관하는 것도 경찰이 든든히 지켜주기 때문이다. 경찰은 국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관저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 어떤 법률로도 통제할 수 없는 기자회견이나 1인 시위도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통령 관저 100m 이내라도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수 없는데도 경찰은 막무가내다. 폭력적으로 시민들을 막아세우고 있다. 경찰활동은 법률에 따라야 하지만, 지금 관저 부근에서 보여주는 경찰활동은 윤석열의 기분이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과도하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밤. 수천명의 시민을 볼모로 30시간 남짓 몽니를 부렸던 남태령도 그렇다. 경찰 주장처럼 교통의 원활한 흐름이 문제라면, 수원시청에서 남태령에 올 때까지 했던 것처럼 트랙터가 정해진 차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유도만 해주면 그만이었을 거다. 경찰차를 앞세워 행렬을 이끌어주면 더 좋았을 거다. 그렇지만 경찰은 경기도는 몰라도 서울만은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경찰은 ‘윤석열 체포’라는 구호가 적힌 차량을 서울에 들여보내는 건 불경한 일이라 여기는 것 같았다. 동작대교나 한남대교에서의 차량 통제도 마찬가지였다. 강남은 괜찮지만, 강북은 안 된다는 이상한 태도다.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니, 특검이 구성될 때까지 급한 대로 경찰이 수사를 맡는 게 맞지만, 경찰 수사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체포하던 기세는 그저 국민적 심판을 피하기 위한 쇼였을 뿐이다. 두 사람 말고 수사를 받는 경찰관은 한 명도 없다. 내란 사태에서 중요임무에 종사하거나 내란을 거드는 역할을 했던 사람은 무척 많지만, 경찰 내부를 향한 수사는 아예 진행하지 않고 있다. 윗선 두 명을 구속했으니 대충 ‘퉁치고’ 가자는 속셈이다. 국회 경비 책임자면서도 국회의 권능을 망가뜨리려 했던 국회경비대장은 물론, 적어도 국회에 투입된 경찰력을 운용했던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의 기동단장들은 내란의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 윤석열과 경찰을 이어주었으며, 지금도 윤석열 지키기에만 열중하며 공무집행을 대놓고 방해하는 경호처장 박종준에 대한 수사 또한 하지 않고 있다. 박종준이 경찰 출신이니 제 식구 감싸기를 하려는 거다. 경찰은 오로지 자기 조직과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고 있다.

경찰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까닭은 뭘까. 승진에 목을 맨 총경들이야 인사 일정까지 받아든 상태라 인사권을 쥔 윤석열과 경찰청장 조지호에게 잘 보이고 싶었을 거다. 그렇다고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마저 막아버리는 위헌·위법 명령까지 쫓으며 내란죄를 저지를 정도로 무모했던 까닭은 뭘까.

윤석열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했던 총경들을 빠짐없이 좌천시키는 보복 인사를 통해 인사권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확인시켜주었다. 고위직 경찰관들은 단박에 인사권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예측 가능한 인사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인사권자의 눈에 들어야만 원하는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괴한 인사가 반복되었다.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의 계급조직이라는 맹점만 부각될 뿐, 경찰의 존재 이유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경찰 내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국민만 챙기며 범죄를 진압하고 시민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일은 없고, 오직 인사권자만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이상한 조직이 되어 버렸다. 윤석열 또는 조지호 같은 사람이 인사권을 쥐게 되면 내란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마저 서슴지 않는 흉측한 조직이 된 것이다.

경찰은 시민을 해치는 무서운 흉기가 되고 있다. 그저 내란의 우두머리를 지키겠다고 헌법과 법률마저 간단히 무시해버리는 경찰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개혁만큼 경찰개혁이 절실한 까닭이다. 경찰 전담 감시기구를 만들고,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고 경찰관 노조를 설립하는 개혁으로 경찰을 바꿔야 한다.

경향신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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